관용차 안 타고 이코노미석 고집…충북기관장들 소탈 행보

입력 2018-07-29 09:34  

관용차 안 타고 이코노미석 고집…충북기관장들 소탈 행보
장선배 도의장·이장섭 부지사 출퇴근·휴일 행사 때 자가용 운전
이시종 지사 항공기 일반석만 이용…이차영 괴산군수 첫 월급 쾌척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각 기관의 '1호 차'와 '2호 차'는 '애니콜'로 불린다.


기관장이나 부(副)기관장의 관용차인 1호 차와 2호 차는 관행처럼 출·퇴근은 물론이고, 야간이나 휴일 각종 일정 수행에 이용된다.
이 때문에 이들 차량 운전기사들은 기관장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다.
심지어 일부 기관장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일에 관용차를 이용해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6·13 지방선거로 출범한 11대 충북도의회의 장선배 의장과 도의 수장(首長)들이 이런 관행을 깨는 '탈권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21일 영유아 박람회에서 축사를 하기로 한 장 의장은 행사장인 청주 장애인스포츠센터에 SUV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며 나타났다. 수행 비서도 동행하지 않았다.
장 의장은 출·퇴근은 물론이고 주말, 휴일 행사장 방문 등 공식 업무를 볼 때도 대부분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한다.
오후 6시 이후 공식, 비공식 만찬에도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회사무처가 의전 등의 문제를 들어 관용차를 이용하고 비서가 수행토록 해달라고 권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장섭 정무부지사도 자가용을 직접 운전해 출·퇴근한다.
근무시간 후에 잡힌 만찬에 참석할 때도 충북도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면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참석하는 만찬에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1호 차와 2호 차가 대기하는 '익숙한 풍경'을 볼 수 없다.



이시종 지사는 해외 출장 때 항공기 일반석(이코노미클래스)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사는 지난 24∼25일 태국 출장 때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반석에 탑승했다.
'지방공무원 여비조례'에 따르면 지사는 1등 정액석(퍼스트클래스) 이용이 가능하다. 부이사관(3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도 중간 정액석(비즈니스클래스)을 탈 수 있다.
그러나 3선 연임에 성공한 이 지사는 지금껏 일반석만 고집해왔다.
이 지사는 이번 해외 출장 때 24일 오후 방콕에서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성공 개최를 위한 협조 요청을 위해 국제스포츠계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하고 이튿날 오전 7시 호텔을 떠나 귀국길에 오르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해외 출장 때 쉽게 볼 수 있는 끼워넣기식 관광 일정은 전혀 없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지난 26일 취임 후 받은 첫 월급 641만원을 괴산군민장학회에 기탁했다.
이 군수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첫 월급이 지역의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명품교육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마중물 역할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듯한 이들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권위주의적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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