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이수·신상공개 명령도 청구…8월14일 선고
안희정 측 "피해자 진술 신빙성 부족…무죄 선고해달라"
김지은 "安, 지위 이용해 약자 성착취하고 영혼 파괴" 진술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한 중대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이수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지녔고 김지은씨는 불안정한 위치였다"며 "(김씨가) 을의 위치에 있는 점을 악용해 업무지시를 가장해 불러들이거나 업무상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기화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정무조직의 특수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고 권력자 의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력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너뜨리면 범죄다. 위력은 사회·정치·경제적 권세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반성의 빛이 전혀 없고 계속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했다"며 "증인을 통한 허위 주장이나 김씨의 행실을 문제 삼아 또 상처를 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고소인 김지은씨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사건 본질은 피고인이 내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한 것"이라면서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사건화 전에 김씨가 방송에 출연해 피해를 호소했고, 언론의 파급력을 통해 김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일방적 주장이 전달됐다"며 검찰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기습 추행은 없었고 간음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김씨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고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력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두고는 "위력 행사가 성관계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인식해 범행 의도가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 전 지사가 그 자체로 위력이라거나 일상적으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력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이 어떻게 행사됐는지 알 수 없다"며 "거절이 명확하지 않음에 따라 거절을 제압하기 위해 안 전 지사가 행사한 위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전체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내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 없다"며 "사회·도덕적 책임은 회피하지 않겠다. 다만 법적 책임은 잘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선고공판은 8월14일 오전 10시30분 열린다.
안희정에 징역 4년 구형…"'을' 취약성 노린 권력형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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