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곳곳에 쓰러진 집…참혹한 라오스 수몰 마을(종합)

입력 2018-07-27 18:05  

[르포] 곳곳에 쓰러진 집…참혹한 라오스 수몰 마을(종합)
죽은 가축 사체·소형 어선들 길가에 널브러져 음산
여전히 무릎까지 물이 차 있지만, 주민들 귀가 행렬

(아타프[라오스]=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곳곳에 집이 쓰러져 있고, 죽은 가축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큰 강에 있어야 할 작은 어선들이 도로 위를 점령했다.
물이 많이 빠졌다지만 마을 상당 부분은 아직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이런 와중에 옷가지를 챙겨 서둘러 귀가하는 주민들의 표정은 물처럼 흙빛이었다.
27일 오후 SK건설이 시공 중인 수력발전댐 보조댐에서 발생한 사고 여파로 수몰됐던 라오스 아타프 주의 6개 마을 가운데 한 곳인 코콩 마을을 찾았다.


한때 지붕까지 물이 차올라 배로만 갈 수 있었던 이곳에 물이 상당히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사륜구동 SUV를 타고 들어갔다.
그러나 마을 상당 부분은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수위가 낮은 곳도 발목을 적실 정도여서 차에서 내릴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길을 따라 서 있는 집에 남아있는 사람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여서 마을 전체가 음산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파손된 채 힘없이 쓰러져 있는 목조 주택들이 이번 사고에 따른 홍수의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케 했다.
붕괴한 집은 눈에 보이는 것만 10여 채였다.


또 순식간에 밀려든 물살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은 돼지 사체들도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더 아래쪽에 있는 침수지역에서 가재도구를 경운기 등에 싣고 뒤늦게 피난행렬에 오른 이재민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아랫마을로 연결되는 도로 입구에는 현지 군경이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수위가 너무 높아 차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댐사고 여파로 한꺼번에 쏟아진 물폭탄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피해 마을이 13곳으로 늘었다는 현지 재난당국의 발표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반대로 수위가 좀 낮아졌다는 소식에, 물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도 않은 코콩 마을로 귀가하는 피난주민 행렬도 이어졌다.
옷가지 몇 개만 손에 든 이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근심이 가득한 듯 보였다.
코콩 마을로 안내한 현지 가이드는 '물도 다 빠지지 않았는데 왜 서둘러 귀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쓸만한 가재도구가 있는지 확인하고 더 늦기 전에 집 청소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뜻밖에 큰 강에나 있을 법한 어선들이 길가를 차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는 "구조 또는 대피 작업에 쓰였던 어선이거나 마을 전체가 한때 거대한 강이었기 때문에 물살에 휩쓸려 떠밀려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콩 마을에 접근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새벽부터 쏟아진 장대비 소리에 잠을 깨 '근처에도 못 갈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오전 10시께 숙소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5분가량 달리니 곧바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홍수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움푹 팬 곳의 연속이었다.
어찌나 차가 덜컹거리는지 속이 울렁거리고 허리에 무리가 갈 정도였다.
이런 도로 35㎞를 2시간가량 달려 수몰 마을에 가장 가까운 곳인 아타프 주 사남사이에 있는 SK건설 현장상황실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중량 3t 이상은 출입할 수 없고 교행이 안 되는 좁은 목조 다리를 10여 개 건널 때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다리의 끝 부분이 유실돼 보수공사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진흙탕이 된 도로를 조심조심 달리는데 경광등을 켠 구급차가 기자가 탄 SUV를 앞질러 수해현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현장상황실에 가까이 갈수록 구호물자를 실은 픽업트럭이 쉴새 없이 오갔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구조헬기도 수차례 보였다.
현장상황실 앞에 막 도착한 태국 민간구조대가 취재진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방콕에서 구조용 보트를 차량에 매달고 3일에 걸쳐 왔다는 태국 민간구조대 48명 중에는 최근 동굴소년 구조작업 때 자원봉사했던 구조대원도 있었다.
현장상황실에서 코콩 마을로 가늘 길은 더 험난했다.
출발 2∼3분 후부터 물살을 가르는 차 바퀴 소리가 들렸다. 일부 구간은 물웅덩이가 깊어 우회해야 했다.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고 가재도구를 챙겨 반대쪽에서 오는 이재민을 만났을 때는 "더 들어가도 되나"하는 걱정도 생겼다.
운전기사가 전진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꺼리는 듯한 행동을 했다면 곧바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높아지는 수위를 느끼며 도착한 코콩 마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코콩 마을도 이번 댐사고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마을 6곳 가운데 하나라지만 이곳보다 더 저지대에 있어 아직 배로만 다닐 수 있는 곳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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