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검사 3명 투입 총력전…"증거 모을수록 피해자 진술 의심 없어져"
安측 "피해자 진술 신빙성, 합리적 의심 배제할 만한 입증 부족"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5개월 가까이 달려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사건 1심 재판이 선고만 남겨뒀다.
사건을 폭로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를 대신해 안 전 지사를 법정에 세운 검찰, 안 전 지사를 대변해 무죄를 주장해 온 변호인단은 27일 결심공판에서 지금까지 해온 주장을 총동원해 유무죄를 다퉜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이 법원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마지막까지 각자 주장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공판에 출석하던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 2명 외에 검사 1명을 이날 공판에 추가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날 검찰은 앞서 열린 여섯 차례 공판기일과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이 해온 주장을 하나씩 제시하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검찰은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라며 "피해자 말이라고 무턱대고 믿지 않는다. 의심하면서 하나하나 검증했다. 수사와 공판에서 나타난 증거를 모을수록 의심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대놓고 거절을) 말하지 않으면 동의했다고 의심받아야 하는지, 왜 여성이 성범죄 피해자면 뭔가 바란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지, 왜 연애감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변호인단의 변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도 앞서 피해자 진술에서 재판부에 안 전 지사를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때로 흐느끼고 간혹 호흡이 거칠어지면서도 시종 존댓말로 직접 작성해온 진술서를 읽다가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고 한 다음부터 낮춤말로 말했다.
그는 "당신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고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다.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다. 당신이 가진 권력은 그렇게 악용하라고 주는 힘이나 지위가 아니다. 당신의 성 욕구를 풀라고 내가 그 조직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당신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남자인 적 없다. 이제라도 잘못을 사죄하고 마땅한 벌을 꼭 받아라"고 외쳤다.
피해자 변호사들과 검찰석 옆 김 씨의 자리에서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안 전 지사에게 김 씨는 직접 얘기하는 듯했다.
변호사 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도 물러서지 않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 건은 사건화되기 전에 피해자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언론의 파급력을 통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며 "피고인은 행위의 부적절함은 인정했고 사회적 비난은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는 별개인데 범죄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면서 불리함을 호소했다.
나아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을 전후로 김 씨가 보인 언행은 통상적인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며 "그가 성폭력 범행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전체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공세를 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변호인단은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국민, 충남도민, 지지자, 고소인(김지은) 등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뒤 "이것 하나만큼은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는가"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제가 해온 행위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은 회피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그것이) 이 법정에서 묻는 범죄인지는 판사님께서 판단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미리 글을 준비해 종이에 적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술할 때는 서류를 보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거나 재판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로 담담한 어투였지만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는가"라는 말을 할 때는 다소 격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심 선고는 지난 3월 5일 김 씨의 폭로 이후 163일 만인 내달 14일 오전 이뤄진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