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연합뉴스) "철모에 방탄조끼를 입고 1분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나고 땀이 마르면 전투복에 '소금꽃'이 핍니다."
최근 35도는 우습게 넘기는 폭염에 군인들은 철책 앞에서, 경계 초소에서, 전차 안에서 매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해도 너무한 올해 더위에 군은 훈련, 작전 등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전방 중동부 전선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강원도 인제 육군 12사단.
최근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으로 '군견도 낙오한다'는 가파른 철책 경계 근무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야전부대에서 야외 활동은 피할 수 없다. 철책 등 시설물 점검, 관리 작업뿐만 아니라 사격 훈련이나 여러 작전도 수행해야 한다.
밤에도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아래 방탄조끼 등 군장을 착용하고 하는 야외 활동은 건강한 장정들에게도 쉽지 않다.
기갑 사단에게도 폭염은 무서운 적이다. K1 계열 등 군의 주력 전차 상당수에는 냉방 장치가 없다. 수도권의 한 기갑사단에 근무하는 장교 A씨는 "여름철에는 야간에도 전차 내부 온도는 기본 40도가 넘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도 병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여러 폭염 대책 방안을 운영 중이다.
군은 건구온도와 습구온도, 흑구온도 등 세 종류의 온도계로 산출하는 '온도지수'를 측정해 장병들의 활동 방향을 결정한다. 일반적인 기온은 물론이고, 습도와 태양복사열까지 감안한 온도로 활동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온도지수는 매일 4회 이상 측정하고, 32가 넘으면 경계작전 등 필수적인 활동만 하고 모든 야외 활동을 중단한다.
또, 지휘관 재량으로 훈련과 일과시간을 조정해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육군 35사단은 6월 초부터 매일 오전 7시부터 실시하던 뜀걸음 시간대를 오후로 옮겼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 10분부터 자유롭게 뜀걸음을 비롯한 운동을 하고 개인정비 혹은 점호를 준비한다
폭염 도시로 유명한 포항에 자리 잡은 해병대 1사단은 최근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지휘관이 판단해 장병들이 낮잠을 자거나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육군 2군단 예하 사단 신병교육대는 폭염을 고려해 오전 4시 기상한 뒤 정오까지만 야외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오후는 주로 실내교육으로 편성했다.
또 일부 부대에서는 일과 중 체력단련 시간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
폭염에 대비한 여러 장비, 도구들도 사용된다.
경계작전에 투입될 때는 기본 단독군장과 함께 아이스머플러를 두르고 아이스 조끼를 입는다. 냉매제가 들어 있어 폭염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
교육훈련과 경계근무 투입 시 산소캔과 아이스팩 등 온열 손상 처치 키트도 휴대한다.
육군 35사단에서는 실내에서는 전투복이 아닌 티셔츠를 입고 원하는 경우, PX에서 판매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해병대 1사단에서는 위병소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물을 뿌려 반사열을 줄인다. 또, 야외 작업자는 군복 대신 티셔츠를 입게 하고 음료수도 수시로 보급한다.
부대별 소소한 폭염 대책들도 눈길을 끈다.
강원도 인제 최전방 육군 12사단 주임원사는 최근 팥빙수 배달로 분주하다.
주임원사가 직접 팥빙수를 만들고 일반전초(GOP)를 돌며 배달한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팥빙수 배달은 더위 속 경계근무에 투입된 장병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로 나온 아이디어다.
사단의 한 병사는 "경계근무 중 더위에 지칠 때면 어김없이 팥빙수가 배달된다"며 "최전방에서 맛보는 팥빙수는 폭염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대성, 이재현, 임채두,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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