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평화·인권 교육의 장 되도록 노력"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4·3이 비극으로 이어지게 된 결정적 사건인 '오라리 방화사건'의 진실을 돌아보는 4·3길이 개통됐다.
제주도는 28일 오전 제주시 연미마을회관에서 4·3 당시 미군정 강경 진압작전에 큰 영향을 미친 오라리 방화사건과 주변 역사 유적을 돌아보는 '오라동 4·3길' 개통식을 했다.
이 길은 제주시 오라동 연미마을회관에서 출발해 조설대(朝雪臺), 어우늘, 월정사 등을 탐방하는 6.5㎞ 코스와 오라 지석묘, 고지레, 선달뱅듸 등을 탐방하는 5.5㎞ 코스로 구성됐다.
조설대는 12인의 유림이 '집의계'(集義契)를 결성하고 '조선의 치욕을 설원한다'는 뜻의 조설이란 글자를 바위에 새겨 항의 의지를 굳힌 곳이다. 어우늘은 25가구 130명 정도의 주민이 살았던 마을로, 1949년 1월 초 군경의 초토화 작전으로 잿더미가 됐다.
월정사는 1948년 12월 10일 토벌대에 의해 불태워졌다가 후에 복원된 제주 최초의 선원이다.
오라 지석묘는 제주도 기념물 2-7호인 고인돌이다.
선달뱅듸는 7가구 주민이 살았던 마을로, 1948년 소개령과 초토화 작전으로 불타 없어진 뒤 복구되지 못하고 잊혀진 마을이 됐다.
오라동은 4·3 초기부터 다양한 사건들로 유독 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1948년 5월 1일 발생한 오라리 방화사건으로 연미 마을의 가옥들은 불타버렸고 진행 중이던 평화협상이 결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군정이 강경진압작전을 전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개통식에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과 오라동 주민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4·3 70주년을 계기로 4·3의 역사를 묻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들에게 오라동 4·3길이 역사의 진실과 교훈을 올곧게 전하는 평화와 인권교육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는 2015년 처음으로 동광마을 4·3길을 개통한 데 이어 2016년 의귀마을 4·3길과 북촌마을 4·3길을, 지난해 금악마을 4·3길과 가시마을 4·3길을 각각 개통했다. 현재까지 이들 5개 4·3길에 1만6천여 명의 탐방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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