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선호로 서울은 강보합세 유지…쏠림현상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전문가들은 앞으로 8·2부동산 대책이 보유세·금리 인상 등과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해 전반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다주택자에게 집중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얻으려는 수요자들이 늘어 서울 등 인기 지역에는 여전히 수요자들이 기웃거리고, 분양가가 저렴한 새 아파트에도 청약이 몰리는 등 상품별·지역별 쏠림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9일 "8·2 대책이 초기에는 효과가 없었지만 발표 6개월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약발'이 듣기 시작했다"며 "금리·대출·세금·금융 등 전방위 규제가 시장에 고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부동산 시장이 투기·다주택 수요, 갭 투자 등은 억제되고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8·2 대책 여파와 전방위적인 규제정책으로 적어도 2∼3년간은 집값을 짓누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은 지금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임대주택 등록, 증여 등 관련 규제가 워낙 심해 주택거래량도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며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주택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연 2∼3%에 시작한 주택담보대출이 현재 4∼5%대로 높아진 상황이어서 대출 이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정부 규제와 맞물려 집값이 계속 우상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도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남수 팀장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초고가, 다주택자에 집중되면서 예상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반응도 있지만 공시가격이 현실화하면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택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당분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 랩장은 "지방은 가격 하락세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서울은 강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경기권은 전세 입주량이 많아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함 랩장은 "8·2 대책에서 너무 다양한 규제가 있었고, 그러한 기조는 문재인 정부 내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 이슈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로 매수자 입장에서 환경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정부 기관이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데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 못하고,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고려하면 하반기 경기도 썩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시장이 하향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서울과 지방 간,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간, 기존 매매시장과 신규 청약시장 간의 양극화는 심해지리라는 것이다.
함 랩장은 "지방은 당분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서울이나 경기 남부의 과천·하남·평촌·성남 등은 관심을 받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재건축보다는 분양가 통제로 시세차익이 가능한 신규 분양시장이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의도·용산 등 개발호재 지역의 상승세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남수 팀장은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세지만, 국지적으로 여의도·용산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매물이 흡수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싸우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지만, 개발이 추진되면 주변 지역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공급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내면서 2∼4년 뒤 전셋값을 올리고 매매를 들썩이게 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의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 또는 중단된다면 서울 지역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없다"며 "당분간은 서울·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늘면서 큰 문제가 없겠지만 수년 뒤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로 시장 안정세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신혼부부·서민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관련 전략을 잘 짜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종완 원장은 "신혼부부들은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적극적으로 노려볼 만하다"며 "최근 경기가 꺾이면서 경매 물건이 조금씩 늘고 있는 만큼 주택 경매도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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