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난민 길태산 "세계 챔피언까지 도전해야죠"

입력 2018-07-29 19:26  

카메룬 난민 길태산 "세계 챔피언까지 도전해야죠"
이준용에게 TKO승 거두고 새로운 한국 챔피언 등극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길태산(31·천안돌주먹·본명 장 에뚜빌)은 한국 챔피언이 된 소감을 한국어로 말해달라는 요청에 "한국어는 아직 어렵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길태산은 2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주관 슈퍼미들급(76.20㎏) 한국 타이틀 매치에서 이준용(27·수원태풍체)에게 6라운드 레프리 스톱 TKO승을 거뒀다.
묵직한 펀치와 강력한 맷집을 타고난 길태산은 하루 4시간 이상 훈련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강력한 훅과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로 시종일관 이준용을 압도한 끝에 새로운 한국 챔피언이 됐다.
길태산은 카메룬 출신의 난민 복서다. 카메룬 군 부대 복무 중,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혹 행위까지 당했던 길태산은 2015년 10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무작정 숙소를 이탈해 한국 망명을 신청했다.
앞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체류연장 허가 신청서를 늦게 제출해 외국인 보호소에 갇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길태산은 지난해 11월에야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언제 강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도 길태산은 복서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다시 글러브를 낀 길태산은 한국에서 5전 5승(3KO)의 무패 가도를 달리며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경기 후에 만난 길태산은 "정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기분이 좋다"며 "한국에서도 복서로 뛰길 바랐지만, 한국 챔피언이 될 줄은 몰랐다"고 환하게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 챔피언이 내 꿈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 챔피언이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길태산은 "카메룬에 있는 가족에게도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다"며 "가족들의 응원이 있어서 한국에서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길태산과 함께 한국 망명을 신청해 길태산보다 먼저 한국에서 프로 복서로 활동한 이흑산(35·압둘레이 아싼)도 이날 챔피언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흑산은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웰터급(66.68㎏)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정마루(31·와룡체)와 12라운드 승부 끝에 1-1(116-115 112-116 114-114) 무승부를 기록해 아시아 챔피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흑산은 9라운드까지 정마루를 압도하고도 이후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다가 정마루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이흑산과 형제 같은 사이인 길태산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흑산을 지도하는 이경훈 춘천아트체육관 관장은 "채점 결과에는 100% 수긍한다"며 "이흑산이 타고난 신체조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른손 잽만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도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지나치게 멋을 부리다가 승리를 놓쳤다"고 했다.
이흑산은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이번 아시아 타이틀 매치에서 김빠지는 경기 내용으로 정마루와의 재대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세계 챔피언 도전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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