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비 전 총리 등…"국가 위기 맞아 통합 명분 유화 정책" 해석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개혁진영의 유력 정치인인 미르-호세인 무사비(76)와 메흐디 카루비(81)가 7년 만에 가택연금에서 해제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카루비의 아들을 인용,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이들 두 정치인의 가택연금을 다음달 22일까지는 해제하기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이 결정을 최고지도자에게 송부하면 최고지도자는 열흘 안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는 통상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의사를 존중한다.
무사비와 카루비는 2009년 6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란 개혁 성향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당시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으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항의하는 테헤란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존베시 사브스, 녹색 운동)가 거세게 벌어졌다.
이란 당국은 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가담자를 대거 체포한 뒤 일부는 국가 전복, 간첩 혐의 등으로 사형에 처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무사비와 카루비가 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2011년 가택연금했다. 무사비의 아내이자 개혁 운동가인 자흐라 라흐나바르드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무사비는 1981∼1989년까지 이란 총리를 지냈고, 카루비는 1989∼1992년, 2000∼2004년 이란 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2013년 중도·개혁파의 지지로 당선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들의 사면을 여러 차례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또 이란의 대표적인 개혁파 대통령(1997∼2005년)이었던 세예드 모하마드 하타미(75)의 대외활동 금지와 자격 정지도 다음달 안으로 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보수 정부는 2011년 하타미 전 대통령도 2009년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그의 이름이나 사진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했고 정치적 활동을 금지했다.
이란 국영언론과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의 제재 복원을 앞두고 고조하는 국가 경제의 위기와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비판을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희석하려는 유화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는 이란의 개혁파는 자신이 지지한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개혁 조치와 경제난에 실망한 데다 청산되지 않은 보수 기득권에 불만이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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