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룸 조력자에서 챔피언으로 반전…웨일스 최초 우승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게라인트 토머스(32·팀 스카이)가 프랑스를 일주하는 세계 최고 권위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웨일스 출신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는 토머스가 처음이다.
'사이클 황제' 크리스 프룸(33·팀 스카이)은 투르 드 프랑스 4연패에 실패했다. 2013년과 2015∼2017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프룸은 올해도 우승했더라면 대회 역대 최다 타이인 5번째 우승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토머스와 프룸은 영국의 명문 사이클팀 '팀 스카이'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여서 둘의 우정과 라이벌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토머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끝난 제105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상징하는 옐로저지(노란색 상의)를 입었다.
토머스는 지난 8일부터 23일 동안 21구간에 걸쳐 3천349㎞를 달린 이번 대회에서 총 83시간 17분 13초를 기록, 개인종합 2위인 네덜란드의 톰 두물랑(28·팀 선웹)을 1분 51초 차이로 따돌렸다.
프룸은 83시간 19분 37초로 개인종합 3위를 차지했다.
토머스는 옐로저지에 어울리게 노란 자전거를 타고 프룸 등 동료들과 샴페인을 나눠마시며 우승을 자축했다.
토머스는 원래 프룸을 지원하는 역할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프룸이 투르 드 프랑스에서 4회 우승하는 동안 토머스는 언제나 프룸의 '도우미'로 활약했다.
하지만 동시에 프룸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였다. 올해 그는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어깨에 웨일스 국기를 두르고 시상대에 선 토머스는 "실감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소름이 돋는다. 이 옐로저지를 입고 달리는 것은 꿈이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토머스는 결승선에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 프룸에 대해서도 "큰 존경심을 보낸다. 당신은 늘 챔피언이었고, 나는 언제나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프룸은 이번 대회 초반에 두 차례 충돌 사고를 당하면서 주도권을 잃었다. 그 사이 토머스가 팀 스카이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큰 선수로 떠올랐다.
피레네 산맥을 지나는 산악구간이 시작하면서 팀 스카이는 프룸과 토머스 중 누구의 우승을 지원할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토머스는 산악지대에서 열린 11구간과 12구간에서 옐로저지를 지키며 대세를 굳혔다.
이때부터 프룸은 사실상 '우승'이 아닌 '입상'을 목표로 달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팀 스카이의 총장 데이브 브레일스포드는 "프룸은 토머스를 돕는 도메스틱(사이클팀에서 리더를 돕는 선수)이 됐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프룸은 의심의 여지 없이 투르 드 프랑스에서 5번째 우승을 거두기를 원한다. 그는 돌아올 것이다"라며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향한 프룸의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와 스페인 일주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연달아 우승한 프룸은 지난 5월 이탈리아 일주 도로 사이클 대회인 '지로 디탈리아'에서도 우승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우승했더라면 프룸은 1998년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해에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를 동시에 제패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팀 스카이는 최근 7년간 6명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를 배출했다. 토머스와 프룸에 앞서 2012년에는 브래들리 위긴스(38·은퇴)가 영국 선수 최초로 이 대회 정상에 섰다.
프룸도 토머스처럼 위긴스를 돕는 선수였으나, 2013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처음 우승하며 사이클 황제로 거듭났다.
프룸은 "이번 레이스에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실망과 충돌도 있었고, 우리 팀이 옐로저지를 입을 때는 기쁨을 느꼈다. 이런 게 바로 도로사이클이다"라고 말했다.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구간인 21구간 우승자는 노르웨이의 알렉산더 크리스토프(UAE 에미리츠)다.
슬로바키아의 사이클 스타 피터 사간(28·보라-한스그로헤)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스프린트 포인트(111점)를 획득, 생애 6번째 그린저지(투르 드 프랑스 스프린트 우승자가 입는 녹색 상의)를 입었다.
이는 1996∼2001년 그린저지를 유지한 에리크 차벨(독일)과 함께 투르 드 프랑스 최다 그린저지 타이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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