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日정부 상대 손배소 예고하자 재판결론 분석한 문건 작성
"기각·각하가 바람직" 결론내리고 "판결문엔 日만행 꾸짖어 여론 무마"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도 개입하려 했다는 의심을 낳는 정황이 드러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 등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2016년 1월 초 작성된 이 문건에는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겠다고 예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분석하고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각하하거나 개인청구권 소멸을 근거로 기각하는 게 마땅하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별 판단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하 또는 기각 판결로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판결문에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담아 일제의 만행을 비판함으로써 비판 여론을 무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명예훼손 사건 판결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고선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꾸짖을 것이란 문건을 만든 것과도 취지가 유사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 피해문제를 합의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이틀 뒤 위안부 피해자들이 앞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조정 신청이 불성립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예고하고 1월 28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부합하고자 정식으로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송 내용을 검토하고 결론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유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배씨 등이 낸 소송은 심리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채 2년 6개월이 넘게 법원에 계류 중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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