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피해자 구제 방안 담아…오늘 공청회 이어 발의 예정
KTX 승무원·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 대상…소송 및 변호사 비용 국가 부담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책임자에 대한 수사·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30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연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안' 등 두 개 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두 법안은 각종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KTX 승무원 사건과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통상임금 사건 등 법원행정처 문건에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거론된 소송이 우선 형사절차를 밟을 대상이다. 법원행정처가 판사 모임이나 외부 단체를 사찰한 의혹도 포함된다.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서울중앙지법에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판사 3인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판사회의, 시민사회 참여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토록 했다.
대상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하고,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판결하도록 정했다.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다.
대상 사건이 항소심으로 이어질 경우 1심과 마찬가지로 서울고법에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판결하도록 했다.
수사단계에서도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이 위원회의 추천으로 임명된 특별영장전담법관을 둬 압수수색과 검증,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를 전담케 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는 재심 기회를 부여하고 소송구조금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피해자가 당사자인 재판 가운데 이미 확정된 종국 판결에은 별도의 추가 증명 없이 재심 대상으로 간주하도록 했고, 재심 사유를 안 날로부터 90일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재심 진행에 필요한 인지대와 송달료 등은 납부 의무를 면제하고, 상대방이나 제삼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소송비용과 변호사 보수 등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장기적으로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뒀다.
박 의원은 "현재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등 수사절차나 재판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없어 그런 부분을 보완했고, 재판 절차가 모두 진행돼도 피해자 구제가 되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두 가지 법을 발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춘천지법 류영재 판사는 "특정 사건을 위한 담당 판사를 선택하는 방식의 재판부 구성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류 판사는 구체적인 제척·기피 사유를 두고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재판부가 구성되도록 기계적으로 사건을 배당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심을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부분도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등을 예로 들며 "사법농단 관련 재판의 공정성·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정성이 침해된 사건 당사자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 만큼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지만 합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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