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부동산쏠림 심하면 소득감소때 가계소비 크게 줄어"

입력 2018-07-30 12:00  

"자산 부동산쏠림 심하면 소득감소때 가계소비 크게 줄어"
"부채 많고 예금·주식 적은 가구 많을수록 경기 침체 오래가"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가구 자산이 부동산과 같은 비유동 자산에 몰려있을수록 가계 소비가 소득 증가보다 감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선호가 짙어질수록 이 같은 가구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한번 침체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송상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0일 BOK경제연구 '가계의 레버리지와 유동자산이 한계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부채가 많고 유동자산이 부족한 가계의 소비는 소득 증가보다 소득 감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이론상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소득이 줄면 소비도 감소한다.
그런데 규모로 보면 소득이 늘 때 소비 증가 폭보다 소득이 줄 때 소비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통계청, 한은, 금융감독원의 가계금융 복지조사(2012∼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계의 소비는 부채가 많을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다.
한계소비성향은 소득이 1단위 늘어날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레버리지 비율(금융부채·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합계/총자산)이 높을수록 소득이 증가·감소할 때 소비 증가·감소 폭이 크다는 뜻이다.
유동자산이 적어도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다.
특히 유동자산 비율(현금·요구불예금·주식·채권·펀드 합계/세후월소득)이 임계치(세후월소득의 약 1.5∼2배)를 밑도는 가계일수록 한계소비성향이 컸다.
다만 가계부채, 유동자산이 한계소비성향에 미친 영향의 정도는 소득 변화 방향에 따라 달랐다.
유동자산 비율이 임계치보다 낮고 레버리지가 높은 가계의 한계소비성향은 소득 증가 가구보다 소득 감소 가구에서 두드러지게 높았다.
이는 부채가 많고 유동자산이 부족한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면 일단 부채를 상환하려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많이 늘리지 못한다.
반면 소득이 감소하면 이 같은 가구는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부채가 많고 유동자산이 부족한 가구는 국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다.
국내 가계는 부동산 자산을 선호한다.
가진 돈에 대출까지 더해 부동산을 사들이며 현금, 요구불예금, 주식, 채권, 펀드 등 유동자산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 자산 중 비금융자산(토지, 건물 등) 비중은 75.4%로, 독일(67.4%), 일본(43.3%), 미국(34.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았다.
문제는 이 같은 가구가 늘어나면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 때 전체 경제의 민간소비가 많이 줄어드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송 부연구위원은 "부채가 많고 유동자산이 부족한 가계 비중이 확대되는 경우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거나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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