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공격 앞으로!…수비도 안정화'
최근 2연승으로 꼴찌에서 10위로 '강등권 탈출'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훈련량 늘리고, 선수단 기강 잡고, 실력대로 경기 내보냈더니 선수들의 승리 본능이 살아났어요."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별명은 '생존왕'이다. 2013년 K리그 무대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인천은 2014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2부리그 강등의 위기를 맞았지만 시즌 막판 '불꽃 투혼'으로 1부리그에 남아서다.
'생존왕' 인천이 별명대로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 정규리그 2라운드에서 첫 승리를 따낸 뒤 3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무려 16경기 연속 무승(7무9패)에 빠지면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인천이 '안데르센 효과' 덕분에 반등을 시작했다.
인천은 19~20라운드에서 FC서울(2-1승)과 전남 드래곤즈(3-1승)를 잇달아 격파하고 꼴찌에서 10위로 올라서며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인천은 승점 16(31골)으로 전남(승점 16·20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다득점 원칙에서 전남을 따돌리고 10위 자리를 지켰다.
최하위로 내려앉은 대구FC(승점 14)와도 승점 차가 2밖에 되지 않지만 팬들은 달라진 인천에서 '1부 잔류'의 향기를 느끼고 있다.
인천의 변화는 지난 6월 지휘봉을 잡은 에른 안데르센(55·노르웨이) 감독이 가져왔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지도자다. 2016년 5월부터 북한 대표팀을 맡아 지난 3월까지 지휘봉을 휘둘렀다.
지난 5월 이기형 감독과 결별한 인천은 안데르센 감독과 접촉해 인천의 '강등권 탈출'을 맡겼고, 지난 28일 전남을 꺾으면서 마침내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안데르센 체제에서 인천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지난 7일 전북 현대와 K리그 데뷔전에서 3-3으로 비긴 안데르센 감독은 이어진 강원FC전에서도 3-3으로 비긴 뒤 경남FC(0-3패)와 수원 삼성(2-5패)에 연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부진한 모습에 안데르센의 '잔혹 동화'를 내다보는 시선도 생겼다.
하지만 인천은 19~20라운드에서 두 경기 연속 1실점에 그치고 2연승을 따내며 시즌 첫 연승을 맛봤다.
인천은 1~14라운드까지 승점 8을 따냈지만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치른 6경기에서 승점 8을 챙기며 살아나고 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안데르센 감독의 효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데르센 감독의 원하는 축구 스타일은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답게 활동량이 많은 화끈한 공격 축구다.
구단 관계자는 "안데르센 감독이 인천 선수들과 첫 훈련을 치르고 나서 '계획한 훈련량의 90%도 안 했는데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K리그는 선수들이 많이 뛴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고개를 갸웃했다"라며 "한국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어야 하느냐는 고민까지 하셨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안데르센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월드컵 휴식기 동안 동계훈련에 버금가는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키웠다.
안데르센 감독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선수단 기강 확립이다.
인천은 그동안 고참 선수들과 주니어급 선수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안데르센 감독은 고참급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팀 분위기를 고참이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참은 기량도 갖춰야 한다. 고참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후배들이 따라온다"고 훈계했다. 이에 고참급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날 때까지 뛰면서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더불어 안데르센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홀대했던 일부 선수들을 따끔하게 혼냈고, 이름값을 빼고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다 보니 팀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안데르센 감독은 추천받은 선수를 철저하게 평가해 기존 선수보다 확실하게 나을 게 없으면 아예 뽑지 않았다.
비슷한 기량이면 구단에 충성심이 있는 기존 선수들을 더 활용하고, 새로운 선수를 뽑을 비용을 선수단 복지에 더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게 안데르센 감독의 생각이다.
구단 관계자는 "안데르센 감독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 '퀄리티(Quality) 있는 선수'다"라며 "외국인 감독답게 나이에 상관없이 훈련과 실전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를 기용하는 게 원칙이다. 이러다 보니 고참급 선수는 물론 후배들도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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