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인지, 눈물인지'…폭염 속에도 싸움 이어가는 농성장

입력 2018-07-30 15:41  

'땀인지, 눈물인지'…폭염 속에도 싸움 이어가는 농성장
"선풍기는 무용지물, 살갗은 쓰리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성서호 현혜란 기자 = "사람이 더워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지만, 우리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에요. 그래서 이 악물고 버티고 있어요."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선 30일 오후 2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폐지 등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는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에서 찜통더위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지난 3월 이곳에 천막을 설치한 이들은 평소 출·퇴근 시간에 맞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등에서 선전전을 펼쳤지만, 작열하는 태양을 이길 도리가 없어 최근에는 천막을 지키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활동가는 "며칠 전 땡볕 아래서 피켓 시위를 해보려고 길가에 서 있어 봤는데 5분 만에 포기했다"며 "흐르는 땀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고 떠올렸다.
농성장 한쪽에는 선풍기가 두 대 달려 있었다. 선풍기 날개가 제아무리 속도를 내봐야 후텁지근한 바람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풍기를 튼 게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박 활동가는 전했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는 밀짚모자와 손수건,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토시와 긴 바지 등으로 온몸을 무장한 채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정부에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도 이곳에서 매일같이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조를 짜서 순번제로 피켓을 들며,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잠깐 휴식을 취한다.
현재 전교조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4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조창익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겠다며 이달 16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조 위원장과 함께 '24시간 단식'을 하는 정영미 조직실장은 "지난주에는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피부가 쓰리고 아팠는데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천국'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위에서는 천막 제조업체 파인텍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찬 폭 80㎝의 통로에 그늘막을 쳐놓고 26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75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농성 중이다.
홍 전 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한 햇볕 탓에 굴뚝 위의 한낮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기도 한다"며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데다 제대로 씻을 수조차 없다 보니 목욕 생각이 가장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농성을 지원하는 동료 노동자들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간단한 식사와 식수를 밧줄에 매달아 굴뚝 위로 올려보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10ℓ들이 물통에 씻는 물이 전달되지만 겨우 땀을 닦아낼 수 있을 정도다.
홍 전 지회장은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체결을 약속했던 김세권 사장은 조속히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하루빨리 농성을 마무리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해고자 분향소를 차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다.
천막으로 햇빛이라도 그럭저럭 가려보고는 있지만, 더위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선풍기를 틀어놓더라도 더운 바람만 나올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낮 동안 6∼8명의 인원으로 조를 짜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키는 것뿐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한낮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천막 안이 찜통이 된다"며 "외부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로서는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막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날씨인데, 이들은 다음 달 2일에는 종로구 조계사부터 대한문까지 종교계와 함께 오체투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김 지부장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투쟁 계획을 보내왔는데 우리 쪽에서도 나를 포함한 몇몇이 동참하기로 했다"며 "그늘에 있어도 힘든 날씨지만, 절실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끝까지 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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