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상금 200만 달러 돌파…2위 선수는 100만 달러도 못 넘어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샷을 날리기 전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는 '프리 샷 루틴'을 가진 에리야 쭈타누깐(23·태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8시즌에서 근래 보기 드문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쭈타누깐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에서 열린 ASI 레이디스 스코틀랜드오픈(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가 공동 주관한 이 대회를 제패한 쭈타누깐은 투어 통산 10승째를 달성했다.
또 이번 우승으로 2017년 6월 2주간 짧게 지켰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쭈타누깐의 이번 시즌 성적은 LPGA 투어에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상금 202만 달러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상금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의 95만 달러를 두 배 이상 앞서 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180점으로 2위 박성현(25)의 94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되고, 평균 타수도 69.423타로 제시카 코르다(미국)의 69.548타를 앞서 있다.
이번 시즌 21개 대회가 끝난 가운데 혼자 3승을 거둔 선수는 쭈타누깐이 유일하다. 2승도 박성현 한 명뿐이다.
쭈타누깐은 원래 역전패나 연장전 패배를 자주 당하는 '새가슴'으로 유명했던 선수다.
2016년 4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15번 홀까지 2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했고, 2013년 혼다 타일랜드에서는 17번 홀까지 2타 차 리드를 18번 홀에서 날려버리고 눈물을 흘렸다.
연장전에서도 2015년과 2016년에 한 번씩 패하는 등 고비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멘털 코치로부터 샷을 하기 전에 미소를 지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를 시행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더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2016년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쭈타누깐은 "이제 내가 긴장하거나 떨릴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해 봄에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역전패 이후 '스마일 루틴'을 장착하면서 마음에 안정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때로부터 1년 전인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쭈타누깐은 10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기도 했지만 1년 만에 '메이저 챔피언'으로 거듭난 것이다.
'스마일 루틴'을 권한 '비전54'의 린 매리엇은 이때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아마 ANA 인스퍼레이션 때보다 더 긴장됐을 테지만 더 숨을 길게 내쉬면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했다"고 칭찬했다.
의도적인 웃음이지만 쭈타누깐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 그는 마지막 날 9개 홀을 남기고 7타 차로 앞서 있다가 김효주(23)에게 동타를 허용, 연장에 끌려들어 갔지만 기어이 우승을 차지했다.
2개 홀 연장에서 첫 홀을 먼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리고도 김효주의 중거리 퍼트에 '나이스 퍼트'라며 박수를 보낼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연장전 통산 성적도 2017년부터 최근 3연승을 거둬 3승 2패가 됐다.
투어에서 소문난 장타자인 그는 이번 시즌 라운드 당 퍼트 수에서도 28.39개로 1위에 올라 있다.
장타와 퍼트, 심리적 안정을 두루 갖춘 쭈타누깐이 투어를 평정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쭈타누깐은 "사실 링크스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다음 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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