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 강경한 이탈리아 대신 스페인으로 몰려
사회당 정부,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 구조하지만, 수용 능력 한계 직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해경이 사흘간 지중해에서 보트를 타고 입국을 시도하는 아프리카 난민 1천400여 명을 구조했다.
난민 유입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탈리아 대신 스페인으로 아프리카 출신 난민이 대거 몰려들면서 스페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스페인 해경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으로 입국하려는 난민 200여 명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지브롤터 해협에서 구조됐다.
이들은 소형 보트 21척에 나눠타고 있다가 스페인 해경에 구조돼 난민 신청에 필요한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해경은 지난 27∼28일에는 이틀간 지중해에서 소형 보트와 구명정 등에 의존해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 1천200명을 구조했다.
지난 26일에는 아프리카 난민 800여 명이 모로코 북서부 해안 끝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로 진입을 시도해 이 중 602명이 철조망을 넘거나 절단하고 국경을 넘기도 했다.
그리스, 이탈리아와 함께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관문으로 택하는 스페인은 올해 들어 특히 몰려드는 난민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스페인으로의 난민 유입 급증은 이탈리아가 지중해 루트로 들어오는 난민을 거부하는 등 강력한 반(反) 난민 정책을 펴는 탓이 크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난민들이 스페인보다 주로 선택했던 이탈리아 루트는 이 나라에 난민 유입에 매우 적대적인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연립정부가 출범하면서 뒤로 미뤄졌다.
국제이주기구(IMO)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은 작년 같은 기간의 20% 수준인 1만8천여 명으로 줄었지만 스페인은 3배로 늘었다.
스페인에는 올해 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총 2만992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도착했으며, 304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올해 스페인에 입국한 난민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사회당 정부가 갓 출범한 지난 6월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에 난민이 이처럼 대거 몰려드는 것은 이탈리아 탓도 있지만, 새로 들어선 사회당 정부의 난민포용 입장과도 관련이 깊다.
부패스캔들에 휘말린 우파 국민당 정부를 의회에서 불신임시키고 집권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탈리아·몰타가 거부한 난민 구조선에 입항을 허용하는가 하면, 불법 이민자에 대한 건강보험 제공 부활을 발표하는 등 난민 문제에 대해 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조하고 있는 스페인 정부도 수용 능력의 한계를 호소하며 이웃 나라와 유럽연합(EU)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하원 의석수(전체 350석)가 제1당인 우파 국민당(134석)에 비해 한 참 못 미치는 사회당(84석)으로서는 반(反) 난민 정서가 거세질 경우 정권을 다시 빼앗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페르난도 그란데 말라스카 내무 장관은 지난 28일 남서부 카디즈 지역의 난민 수용실태를 점검한 뒤 "난민 문제는 유럽의 해법을 요구하는 유럽의 문제"라면서 유럽연합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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