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불교문화재 수십점 은닉 전직 박물관장 1심 집행유예

입력 2018-07-31 05:30  

도난 불교문화재 수십점 은닉 전직 박물관장 1심 집행유예
완주 위봉사 '목조지장보살입상' 등 39점 비밀창고 등에 숨겨
법원 "문화재 절도 범행유발 측면 있어…수집욕심 지나쳐 범행"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전북 완주 위봉사에서 1989년 도난당한 '목조 지장보살입상' 등 불교문화재를 20년 넘게 숨겨온 사립박물관 전 관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7)씨에게 최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위봉사의 도난품인 지장보살입상 등 불교 문화재 39점을 문화재 매매업자들에게서 사들인 뒤 박물관 내 비밀창고나 무허가 주택 등에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숨긴 문화재에는 위봉사 입상 외에도 군위 법주사에서 없어진 대세지보살좌상, 해남 대둔사에 있던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화성 용주사에서 도난된 감로왕도, 순천 선암사의 영산회상도 등이 포함됐다. 대체로 조선 중기에서 후기에 제작된 것들이다.
A씨가 문화재들을 보관한 비밀창고 등은 유물 보존을 위한 습기와 온도 조절장치는커녕 건물로서의 기본적인 관리도 이뤄지지 않아 사방에 곰팡이가 피거나 먼지가 쌓여 있었다.
A씨는 이들 문화재를 전시하거나 연구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그러다 채무 문제로 2016년 4월 이들 문화재를 처분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부는 문화재 판매를 시도한 A씨의 아들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불교 문화재의 효용이 상당히 훼손됐고, 도난 의심 문화재를 구매하려는 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화재 절도 범행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는 점을 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불교문화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미술품을 한두 점씩 매입하다 개인적인 수집 욕심이 지나쳐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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