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 쇼 앤드 텔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연습이 잘 안 될 때는 너무 속상해서 슬픔이 파도를 삼키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연습이 잘 될 때는 기분이 좋아서 하늘에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뮤지컬 '마틸다' 중간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쇼 앤드 텔'(Show and Tell)이 열린 30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주인공 마틸다 역을 맡은 어린이 배우 4명 중 1명인 설가은 양의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답변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해외 협력 연출 닉 애슈턴은 이날 연습 장면을 공개하기에 앞서 "만일 마틸다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에너지로 가득해 전기 충격이 일어나는 것처럼 반짝거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소녀 4명 역시 반짝임과 활기로 가득한 마틸다와 똑 닮은 모습이었다.
오는 9월 8일부터 5개월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웨스트엔드 최신 뮤지컬 '마틸다'는 초능력을 지닌 천재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다.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1916∼1990) 동명 소설을 원작 삼아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유쾌하게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인 최신작으로,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아시아 및 비영어권 최초로 선보인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이야기 중심인 매력적인 초능력 소녀를 선발하기 위해 작년 7월부터 8개월에 걸친 어린이 오디션을 진행했다. 1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양이 마틸다로 선정됐다. 신장 130cm 내외의 10~12세 소녀들이다.
이들은 오디션을 통과한 뒤 학교와 연습을 병행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애슈턴은 "마틸다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겉으로는 아무 표정이 없어도 강렬한 눈빛 뒤에 수많은 생각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예영 양은 "학교에 다니면서 연습하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즐기고 있다"며 "마틸다란 아이를 이해하는 걸 넘어서서 정말 마틸다가 되어 무대 위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안소명 양은 "마틸다의 춤은 과격한 부분이 많아 춤을 연습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반면 제일 재밌는 건 노래다. 어릴 때부터 가장 즐긴 게 노래"라고 말했다.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의 창의적이고 스펙터클한 무대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수많은 알파벳과 책으로 뒤덮인 대규모 무대에 압도된다.
무대 위 그네가 객석 위까지 넘나들고, 알파벳 블록은 노래·안무와 함께 입체적으로 쌓인다. 마틸다는 눈빛만으로 물건들을 움직이고, 마틸다를 괴롭히는 교장 선생님은 레이저 감옥을 즐겨 사용한다.
'미세스 웜우드'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최정원은 "성인 배우들이 수비수, 4명의 마틸다가 공격수"라며 "아이들이 골을 잘 넣을 수 있게,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신나게 놀 수 있게 성인 배우들이 잘 준비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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