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한달] ③ '노동시간 셈법' 혼란…탄력근로제 등도 갈등 뇌관

입력 2018-07-31 14:01  

[주52시간 한달] ③ '노동시간 셈법' 혼란…탄력근로제 등도 갈등 뇌관
노동시간 계산 놓고 노사 이견에 진정 잇달아…아직 고소·고발은 없어
노동부, 탄력근로제·포괄임금제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 고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는 7월1일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제가 지난 한 달 동안 큰 무리 없이 산업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시간 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 등 정부가 주 52시간제와 맞물려 손질을 검토 중인 제도 또한 노·사 갈등을 촉발할 소재가 될 수 있다.

◇ "큰 무리 없이 현장 안착 중"…노동시간 혼란은 여전
노동시간 단축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 3천627곳을 대상으로 이행 실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3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이행 실태에 관한 지방노동관서의 보고를 매일 받고 있다"며 "주 52시간제가 대체로 현장에 안착 중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월 25일∼6월 19일 진행한 실태조사결과, 주 52시간제 적용 사업장 가운데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는 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은 2천136곳으로, 전체의 58.9%에 달했다.
60%에 가까운 사업장이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었다는 얘기다. 대부분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이다.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들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력충원(42.8%), 유연근무제 도입(35.2%), 교대제 등 근무형태 변경(16.8%), 생산설비 개선(16.6%) 등 대책을 세웠다.
노동부는 이들 사업장이 인력충원을 포함한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는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적용 사업장 813곳에서 2만9천151명의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9천775명의 채용이 완료됐다.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설정한 만큼, 노동부는 위반 사업장에 충분한 시정 기간을 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노동부에 접수된 진정 중에는 위반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시간 산정을 둘러싼 노·사 이견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동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어떤 업무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셈법을 놓고서 현장의 혼란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산정은 노·사 합의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혼란이 가라앉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 고소·고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제 적용 사업장의 노동자가 진정 대신 사업주를 주 52시간 위반으로 고소·고발할 경우 노동부는 사실 확인을 거쳐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의 고소·고발이 접수돼도 노동부는 계도 기간에 사업주가 주 52시간제를 이행하려고 애쓴 정황을 최대한 고려해 선처를 받도록 할 방침이어서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전망이다.

◇ 탄력근로제·포괄임금제 놓고 노·사 갈등 촉발 우려
어떤 업무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노·사 이견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겠지만, 이보다 훨씬 심각한 노·사 갈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거론되는 게 유연근로제 범주에 속하는 탄력근로제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 노동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것을 가리킨다.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는 최장 3개월 단위로 운용할 수 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제를 이행하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계절적 수요에 따른 집중노동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최장 3개월의 단위 기간으로는 평균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노동 강도가 급격히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적용 사업장의 탄력근로제 운용 실태조사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노·사의 첨예한 대립 속에 고심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도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과는 상관없이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정해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게 적절한 제도이다. 하지만 오·남용 사례가 많아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수정·보완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노동부도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방지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하고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지난 4월 이 가이드라인을 6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만큼 노동부의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경영계는 포괄임금제 운용을 대폭 제한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포괄임금제를 갑자기 없애면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부는 우선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포함해 노동시간 제도 전반의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내놓을지에 관한 로드맵을 다음 달 중으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와 포괄임금제 등에 관해 산업 현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음 달 중으로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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