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 후보지역 주민들도 반발…野 "美에만 좋은일…도입 접어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도입하기로 한 새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인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의 배치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31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배치 시점이 늦춰진데다 도입 가격도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일본 내에서는 이지스 어쇼어 배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당초 이지스 어쇼어를 2023년까지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측의 사정으로 도입 시점이 2025년으로 대폭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지스 어쇼어의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이지스 어쇼어의 일본 배치 시점을 FMS(미국정부 보증) 계약이 체결되는 내년부터 6년 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사히는 이와 관련해 아베 정권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난(國難)'으로 규정,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결정했지만, 정작 배치는 계획보다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과 고성능 레이더를 지상에 배치하는 방식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일본은 작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잇따르자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상시적인 요격 태세를 갖추겠다며 이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일본에서는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 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고가라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전날 이지스 어쇼어 1기 가격이 1천340억엔(약 1조3천481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작년 11월 밝힌 가격 800억엔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아사히는 이와 관련해 이지스 어쇼어의 구입 비용이 미국측이 부르는 가격대로 결정되는 등 일본의 방위장비 구입을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바이(buy) 아메리카'를 강조한 뒤 이지스 어쇼어 도입 추진에 속도가 난 만큼 결국은 미국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수의계약 방식인 FMS 방식으로 미국과 체결한 무기 계약의 규모는 2012년 1천372억엔(약 1조3천782억원)에서 2016년 4천881억엔(약 4조9천32억원)으로 3.5배 가량으로 늘었다.
이지스 어쇼어를 둘러싸고는 최근 한반도 정세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도 굳이 계속 도입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날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의 일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는데, 마찬가지로 이지스 어쇼어 도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도쿄신문은 이날 이지스 어쇼어의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과 일본 정부의 패트리엇 철수 결정을 대비해 소개하며 일본 정부의 대북 경계 태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을 둘러싸고는 배치 후보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배치 후보지역이 위치한 아키타(秋田)현과 야마구치(山口)현은 북한 정세가 변한 상황을 들면서 전자파 등으로 인한 주민 건강이 우려된다며 배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야권은 전날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공동대표는 "비용 산출 근거가 없는 만큼 앞으로 도입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납세자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해명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도입을 단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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