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중전략'…외국인 투자 개방하면서도 제동장치 마련

입력 2018-07-31 10:43  

중국의 '이중전략'…외국인 투자 개방하면서도 제동장치 마련
中기업 지분투자 요건 완화했지만, '국가안보' 이유 승인 거부할 수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선포한 무역전쟁에 중국이 '이중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외국인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문턱을 낮췄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장치 또한 마련했다.
31일 신화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외국 투자자의 중국 상장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규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전략적 투자는 외국 기관투자가가 중국 기업의 지분을 상호 합의나 신주 인수 등을 통해 대량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상장기업의 전략적 지분을 인수할 때 보유해야 하는 최소 자산 규모가 기존 1억 달러에서 5천만 달러로 대폭 축소된다.
전략적 지분을 인수한 후 주식을 팔지 못하게 제한하는 의무보호예수 기간은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이는 규모가 더 작은 외국 자산운용사도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 후 수익을 회수하는 기간도 짧아졌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계 자본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동장치'도 동시에 마련했다.
새 규정은 외국계 자본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경우 중국의 정권, 영토, 경제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위협받는지, 중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등을 심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거는 미국 정부에 대한 '맞불' 조치로 해석된다.
올해 초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계열사가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시도를 불허하는 등 미 정부는 첨단기술이나 전략산업 등에서 중국 기업의 M&A에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첨단 기술 분야 등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중국의 M&A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퀄컴이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선두기업인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는 안을 승인하지 않아 44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M&A를 무산시키는 '앙갚음'을 했다.
베이징의 컨설팅 기업 트리비움의 앤드루 포크는 "이번 개정안은 금융시장의 개방 가속화라는 흐름과, 경제 국가안보에 관련된 우려 증대라는 또 하나의 흐름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다음 달 29일까지 할 예정이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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