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카타르서 극비 만남…향후 평화회담 위해 채널 구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이 17년째 이어지는 아프간 내전을 종식하고자 직접 대화에 나섰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주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만났다.
당시 회의에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미국 대표로 나섰다. 탈레반 측에서는 6명이 참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3달 동안 적어도 두 번 이상 미국과 탈레반이 직접 만났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탈레반 간 직접 대화가 의미 있는 것은 2001년 9·11 테러 후 양측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탈레반이 평화협상과 관련한 예비회의에서 처음으로 미국 관료와 직접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관계자는 BBC에 "이번 만남은 미래 회담을 앞두고 탈레반과 미국 고위급 관료 간 채널을 구축하기 위한 예비회의 성격을 지녔다"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2001년 미국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과 나토 등 연합군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내전 종식을 위한 회담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매번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상대로 나섰다.
탈레반은 그간 아프간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아프간에서는 로켓포 공격, 자살폭탄 테러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공격으로 지난해에만 민간인 3천438명이 숨지고 7천15명이 다치는 등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 피해만도 엄청나다.
이처럼 내전이 오래 이어지자 탈레반 내부에서는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탈레반은 지난 6월부터 민간인 테러 등에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탈레반은 이슬람 단식성월인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알피트르 축제를 맞아 정부군과 한시적으로 휴전했다.
휴전 동안 양측 대원들이 함께 축제를 즐기는 등의 모습을 연출,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민간인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탈레반의 '대화 모드'에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는 여전히 과격한 테러를 일삼고 있어 현지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2015년 'IS 호라산 지부'를 만들어 아프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IS는 지난 2월에는 잠무-카슈미르 주(州) 주도인 스리나가르에서 경찰이 살해되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도 북부 사리풀주 사이아드 지역에서 IS 조직원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탈레반 사령관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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