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금통위원 "금융부채 리스크 현실화…금리 인상해야"

입력 2018-07-31 17:34  

이일형 금통위원 "금융부채 리스크 현실화…금리 인상해야"
다른 위원 2명도 인상 필요 시사…1명 중립·2명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완화적 통화 기조에서 비롯된 금융부채의 확대가 실물경제 리스크로 현실화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 인상 견해를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으나 이 위원은 0.2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이 31일 공개한 당시 회의 의사록을 보면 이 위원은 가계부채 누증 등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물가 상승세는 이미 목표를 넘는 수준이고 경제 성장세는 잠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고용 부진은 구조적 문제가 큰 것으로 풀이했다.
이 위원은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할 경우 물가는 이미 목표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더 나아가 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회복세의 영향을 받는 상품들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므로 물가상승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부문에 쏠린 사업 투자,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미입주 리스크 등 완화적 통화 기조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위원은 "우리 경제의 자중손실(deadweight loss·경쟁 제한으로 시장 실패가 빚어져 발생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를 소폭 상향 조정함으로써 금융 불균형 확대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장인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명 위원이 7월 금리인상(이 위원), 인상 필요 시사 2명, 중립 1명, 신중론 2명으로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A위원은 "늦지 않은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 완화를 현재보다 축소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 등과 관련, 금융안정 문제에 더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먼 시계에서 경기 국면 전환에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불안 요인을 사전에 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 축소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내년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께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B위원도 "물가 상승률 확대 속도를 확인하면서 그에 맞춰 금리 인상 시점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역분쟁, 노동시장 환경 변화 징후 등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표면적인 수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C위원도 물가 상승세를 보면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었음을 시사했지만무역분쟁 충격과 고용사정 악화 등 우려를 강조해 중립으로 분류됐다.
그는 "수요측 요인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 품목들을 분석해보면 물가상승 압력이 최근 지표물가가 시사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확정된 주요국 무역제재 조치만을 고려하면 수출 손실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 세계교역량 둔화를 통해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금융시장, 기업의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해 소비, 투자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이어 "고용 부진은 상당 부분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앞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현재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 또한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D위원도 무역분쟁이나 고용 상황 등을 우려하며 금리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현시점에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나 금융·외환시장에는 이미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에 대해서도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제조업 고용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의 고용도 우리 전망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E위원도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해 최근 성장세가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확대되는 위험 요인들이 향후 거시경제 전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위원은 "향후 명목성장률이 지난 3년간 유지된 5% 내외보다 상당히 낮은 3%대에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실질 구매력 하락을 통한 내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반도체 단가 하락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서 교역조건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도 물가에 변화가 크게 없는 반면 고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총수요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 관련 정책들이 물가보다는 성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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