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언론 "이스탄불 트럼프타워 입주 기업인이 자비로 제작"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 무기 도입과 미국인 목사 구속으로 터키와 미국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스탄불 트럼프타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사연이 터키 언론에 알려졌다.
이달 15일 이스탄불 시슐리구(區) 도심에 우뚝 선 트럼프타워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형 현수막이 몇 시간 동안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터키공화국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쿠데타 타도는 리더를 신뢰한 국민 그리고 국민을 신뢰한 리더의 서사시이다'라는 글귀가 들어갔다.
31일 일간 사바흐 등 터키 언론에 따르면 이 현수막은 터키 정부나 이스탄불 당국이 쿠데타 진압 기념일을 맞아 설치한 게 아니라, 트럼프타워에 입주한 기업인 알리예 우준이 자비로 제작한 것이다.
우준은 현수막을 건 후 무인기로 사진을 촬영해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트럼프에 해시태그(검색 키워드 표시)도 붙였다.
우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지도자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트럼프타워에 현수막을 걸었다고 밝힌 것으로 터키 언론은 전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 옆에 트럼프 브랜드를 나란히 배치하는 게 내 의도였다"고 일간 휘리예트 취재진에 말했다.
우준은 또 "트럼프가 이 게시물을 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어서 위험한 일이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사바흐는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2016년 10월 투옥한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 의회는 터키가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도입을 강행하고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는다면 스텔스 전투기 F-35 공급에 제동을 거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보회의(MGK)는 30일 회의 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위협적 언어는 양국관계를 무시하는 자세를 보여준다고 비판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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