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일관성·집중력 앞세운 판정으로 팬들 신뢰 회복
은퇴 후에는 FIBA 심판 지도 자격증 획득해 후진 양성 포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는 판정으로 인한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
농구라는 종목 자체가 신체적인 접촉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판정 시비가 잦은 편이라고는 해도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경기에서도 판정에 대한 뒷말이 많이 나오면서 팬들의 불만이 컸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각종 농구 관련 게시판에서는 경기 내용보다 주요 상황 휘슬에 대한 평가와 논쟁이 더 주를 이루는 광경도 자주 연출됐다.
2018-2019시즌부터 프로농구 코트에는 그동안 팬들과 벤치로부터 두루 신뢰를 얻었던 '명 심판'이 돌아온다.
바로 장준혁(48) 심판이다.
웬만한 농구 팬들이라면 친숙한 얼굴인 장준혁 심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구단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는 심판상을 3년 연속 휩쓸었고 2012년, 2013년, 2015년에도 심판상을 받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KBL 최고 심판으로 자리를 굳혔다.
장준혁 심판은 이후 2016년 1월 경기 도중 다리 근육을 다쳤고 이후로는 KBL 경기본부 심판부장을 맡아 최근에는 코트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두 시즌에는 코트를 지키는 대신 서울 강남구 KBL센터 사무실에서 중계 화면 등을 분석하고 후배 심판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았던 장준혁 심판은 2018-2019시즌부터는 다시 코트로 복귀, 직접 휘슬을 불게 됐다.
7월부터 새 집행부가 출범한 KBL이 최근 홍기환 심판을 새 심판부장에 임명하고 장준혁 심판을 경기에 투입하기로 하면서다.
지난달 31일 KBL에서 만난 장준혁 심판은 "심판은 인터뷰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건데…"라며 불편한 모습으로 인사했다.
팬들의 심판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한들 좋지 않은 반응만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코트 복귀 소감을 묻자 장 심판은 "그동안에도 직접 코트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일단 복귀가 결정되면서 프로농구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답했다.
다음 시즌을 치르게 될 심판들 가운데 윤호영(48) 심판과 함께 최고참인 그는 심판의 덕목으로 '소통, 일관성, 집중력'을 꼽았다.
특히 지난 시즌 판정 시비가 잦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는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장 심판은 "사실 심판들이 판정을 내리는 능력은 거의 비슷하다"며 "다만 경기 운영을 매끄럽게 풀어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자신이 심판부장을 맡았던 최근 시즌을 반성했다.
여기서 소통은 벤치, 팬들과 두루 하는 소통을 의미한다고 밝힌 장 심판은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따라 주장을 통해서만 심판과 의견 교환을 해야 하는 부분도 "프로 경기라면 좀 더 소통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벤치와도 소통하는 폭을 넓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농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무슨 말을 해도 욕만 먹는 것은 똑같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래도 재차 캐묻자 그는 "심판들이 팬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는 판정을 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다만 심판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인신공격과 같은 심한 말씀은 좀 안 해주시면 좋겠다"고 어렵게 운을 뗐다.
TV 중계를 통해 모든 플레이가 느린 그림으로 반복되고, 야간 경기 바로 다음 날에 자신에 대한 평가 채점표가 나와 계약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심판들이 매 경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도 덧붙였다.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FIBA 인스트럭터 교습에 참가하고 온 장 심판은 "그동안 심판으로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현역 심판 은퇴 이후에는 좋은 심판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FIBA 심판 인스트럭터 자격증을 따서 KBL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농구에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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