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짧은 장마·고기압 협공…소멸한 태풍까지 합세

입력 2018-08-01 16:18  

[최악폭염] 짧은 장마·고기압 협공…소멸한 태풍까지 합세
장마기간 평년의 절반…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지배
힘 못쓴 태풍 열대저기압 변해 '푄 현상'…근본원인은 지구온난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우리나라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려면 여러 조건이 거의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쉽지 않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있다."
경남 합천의 수은주가 38.7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0일 기상청 관계자가 한 얘기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인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기온이 40.7도까지 치솟았다. 북춘천은 40.2도를 기록했다.
홍천의 40.7도는 우리나라 역대 최고기온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부산·인천 1904년, 서울 1907년 등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수은주가 40도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42년 8월 1일 대구(40.0도)가 유일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도 39.6도까지 올라 111년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고기온은 1994년 7월 24일에 기록한 38.4도였다.
기상청 관계자의 설명대로 이 같은 역대 최악의 폭염은 여러 가지 조건에 모두 들어맞은 결과다.



장마가 이례적으로 일찍 끝난 것이 올해 가마솥더위의 출발점이었다.
올해 장마는 6월 19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7월 11일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 뒤 종료됐다.
평년(1981∼2010년) 중부지방의 장마 종료일은 7월 24∼25일이었다. 중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평년이 32일에 달했지만, 올해는 16일에 불과했다.
장마가 종료된 뒤 연일 땡볕이 내리쬐면서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달궈지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렸지만 열기를 식히기에는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7월 25일 괌 부근에서 발생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일본을 거쳐 한국 쪽으로 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 사이에는 비구름을 선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종다리'는 7월 29일 일본 오사카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해 우리나라 더위를 식히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난 뒤 우리나라를 둘러싼 기압의 배치는 폭염을 더욱 부채질했다.
여름철 우리나라 더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티베트 고기압'이라고 불리는 대륙 열적 고기압까지 가세했다.
히말라야 산맥이 있어 고도가 높은 티베트 일대 공기가 데워진 뒤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의 상층 기온을 끌어올린 것이다.
결국, 중·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이 한반도를 협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전국은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한반도 폭염 역사가 새로 쓰인 이 날 대구나 경북 등 우리나라에서 제일 더운 지방보다 홍천 등 영서 지방과 서울의 기온이 더 높았던 원인은 독특한 기압 배치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북쪽에는 고기압이, 남쪽에는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소멸하고 남은 저기압이 놓여 있다.
고기압은 시계방향,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각각 돌기 때문에 현재 한반도에는 동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 원리로 서쪽에서 더 뜨거워져 서울의 기온을 끌어올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관계자는 AP통신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금과 같은 폭염이 과거보다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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