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공식 기록 '41도'…횡성 비공식 기록 '41.3도'
(홍천·횡성=연합뉴스) 김영인 양지웅 박영서 기자 = "강원도가 펄펄 끓었다."
1일 오후 4시께 홍천군의 낮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오르며 관측 이래 전국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홍천 주민들은 3살 꼬마부터 80대 노인까지 생전 처음 겪는 더위에 깜짝 놀라 시원한 곳을 찾았지만 밖에서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무더위를 힘겹게 견디고 있었다.
지역 내 번화가로 꼽히는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은 보행자를 찾기 힘들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건물 아래로 느린 발걸음을 이었고,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형 그늘막이나 가로수 아래 조그만 그늘로 몸을 숨겼다.
터미널 인근 카페에서 더위를 피하던 이들은 홍천에 최고 더위가 덮쳤다는 뉴스를 접하자 놀라워했다.
친구와 시원한 커피를 마시던 최지영(22)씨는 "대구 더위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홍천이 한 수 위"라며 "강원도도 '대프리카'처럼 별명을 붙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살수차가 바쁘게 다니며 주요 도로에 물줄기를 뿌렸지만, 불볕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로는 모든 것을 다 녹여버릴 듯 이글거렸다.
터미널 인근에서 도로 공사를 하던 인부들도 더위에 지쳐 일손을 잠시 놓고 연신 냉수를 들이켰다.
홍천읍 연봉리의 경로당에는 무더위를 피해 모인 어르신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수박을 나눴다.
박자경(78) 할머니는 "평생 강원도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진 빠지는 더위는 처음"이라며 "그저 경로당에 모여 앉아 수박이나 나눠 먹는 게 최고 피서"라고 말했다.
최고 더위에 깜짝 놀란 곳은 홍천뿐만 아니었다.
횡성군은 이날 오후 2시 1분께 비공식 기록으로 낮 최고기온이 41.3도까지 치솟았다.
오일장이 열린 이 날 오후 횡성읍 횡성전통시장은 평소 장날보다 훨씬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 건물 안에는 관광객들 모습이 일부 눈에 띄었지만, 밖은 폭염에 휴가철이 겹쳐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 장날이 무색할 정도다.
뜨거운 햇볕 아래는 아예 인적이 끊긴 모습이다.
한우로 유명한 횡성지역 축사는 사정이 더욱 나빴다.
40도를 훌쩍 뛰어넘은 폭염으로 소들이 사료를 입에 대지 않고 헐떡거렸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견디지 못해 폐사하기까지 했다.
추석 특수를 맞아 출하를 앞둔 비육우의 경우 하루 9㎏ 정도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6∼7㎏을 겨우 먹고 있어 몸무게가 좀처럼 늘지 않아 농민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럴 경우 출하 시 등급이 안 좋아 큰 손해가 우려된다.
횡성읍 추동리에서 한우 3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상보 횡성한우협회장은 축사에 차양을 쳐 그늘을 만들고 선풍기를 계속 트는 것도 모자라 특수 스프링클러를 10분 간격으로 2분씩 뿌려 축사 온도를 8∼12도가량 떨어뜨리고 있다.
한 회장은 "1천400여 지역 사육 농가 가운데 우사에 차양이나 스프링클러 등 폭염 대비 시설을 설치한 농가는 10%도 안 되는 실정"이라며 "큰 피해가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비공식 기록으로 1일 횡성의 낮 최고기온이 41.3도까지 올랐다.
AWS는 관리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관측장비다.
관리자가 상주하는 종관기상관측장비(ASOS)가 관측한 기온이 공식으로 인정받고, AWS상의 기온은 참고용이다.
ASOS가 측정한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기온은 이날 오후 4시께 홍천에서 관측된 41도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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