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삶 표현 어려웠다…높은 시청률은 예상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제대로 된 키스신·베드신을 찍어본 적이 없었는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이제 잘할 수 있게 됐어요(웃음)."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연출한 박준화 PD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났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직진'하는 남녀 주인공과 애정신으로 시청자들에게 '대리 설렘'을 유발했다.
"키스신 찍을 때 현장에서 여자 스태프들에게 물어봤죠. 누군가는 '배려받는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고 '손깍지도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들의 로망을 반영했어요. 디렉션을 주면 배우들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연기하더라고요. (웃음)"
재벌의 삶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재벌이 나오는 드라마를 안 해봐서 어떻게 재벌의 삶을 구현할지 고민했습니다. 고급스러운 데를 가야 돼서 힘들었어요. (웃음) 다행히 촬영감독님이 '도깨비' 하셨던 분이라 잘 표현해 주셨죠."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기 위해 현장에서 수많은 수정이 가해졌다.
"원작의 '오글거림'을 최대한 이입할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이영준을 특히 표현하기 어려웠죠. 이영준의 나르시시즘을 표현하려면 웹툰에서는 뒤에 장미 하나 그리면 되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렵거든요. 박서준 씨와 계속 상의하면서 약간의 허세 등을 풀어 표현했어요. 김미소도 원작에 보면 '계속 미소 짓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을 수는 없죠. 박민영 씨가 김미소의 밝은 성격을 잘 만들어와서 입체적으로 표현하더라고요."
다른 인물들에도 원작에는 없는 요소가 더해졌다.
박 PD는 "연기자가 캐릭터에 애착을 가져야 한다. 애정이 있어서 스스로 고민하면 캐릭터도 입체적으로 변할 수 있고 캐릭터에 대한 연기자의 이해도도 높아진다"며 "찬성이(황찬성)는 단벌 신사 고귀남 캐릭터에 애착이 많아서 종방연에도 극에서 입었던 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시청률 8%(유료가구)를 꾸준히 넘으며 지상파 수목극을 모두 누른 '김비서'의 인기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급하게 들어갔던 드라마라 시청률은 5~6% 정도 예상했죠. 처음 방송했을 때 시청자들이 이영준을 낯설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생각보다 그 캐릭터와 김미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시사교양 PD로 시작해 tvN 예능국을 거친 박 PD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인 '막돼먹은 영애씨'와 '식샤를 합시다' 시즌 1~2,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을 연출했다.
"운 좋게 '막돼먹은 영애씨'를 하면서 드라마를 하게 됐죠. 그 전에는 드라마 연출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제 차기작은 로맨틱 코미디인데, 이제 거기서도 키스신, 베드신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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