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홍보 25년 서경덕 교수 "25년 더해 반세기 채울 것"

입력 2018-08-02 09:32   수정 2018-08-02 09:51

[인터뷰] 한국홍보 25년 서경덕 교수 "25년 더해 반세기 채울 것"
"내년 3·1운동·임정 수립 100년, VR·다큐 제작해 적극 알리겠다"
"'통일 대한민국' 미래상도 세계에 홍보 …유튜브 채널 개통 예정"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019년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해죠. 그 의미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입니다."
서경덕(44) 성신여대 교수는 대학 1학년 때인 1994년 7월 2일 대한민국 홍보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을 창단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서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는데 충격을 받고 한국홍보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아리 수준으로 출발해 25년이 지난 지금 서 교수 이름 앞에는 '한국홍보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일 성신여대 성신관 909호서 만난 서 교수는 "지난달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전범기'(욱일기) 관련 제보가 이어져 바쁘게 지내다 보니 25년이 된 줄도 몰랐다"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힘차게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늘 응원해주는 네티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 기간 세네갈과 일본의 예선전에서 일본 관중이 전범기를 들고 응원한 데 항의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전범기 응원 사진 삭제와 일본항공(JAL)의 기내식 덮개에 사용된 전범기 문양 교체를 이끌어내는 등 전범기 퇴치 캠페인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다음은 서 교수와 일문일답.

-- 새롭게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나.
▲ 내년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홍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3·1 운동 당시 만세운동 자료를 모아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로 역사적 현장을 재현하는 일을 할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이해하기 쉽게 제작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함께한다.
임시정부 수립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도 상하이와 충칭 지역을 오가며 제작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간다. 3·1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비폭력 평화시위다. 100년을 맞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 향후 25년 한국홍보의 방향은.
▲ 전 세계인들이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을 개통할 계획이다. 이 콘텐츠들을 SNS로 확산하고 한국을 홍보하는 지렛대로 삼을 것이다. 독도·동해·위안부 문제는 세계인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해결 노력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알려 나가려 한다.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25년 더 뛰어 반세기를 채울 계획이다. 지금까지를 '한국홍보 1막'이라고 표현한다면 앞으로 25년은 '2막'이 될 것이다.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는데 이제부터는 좀 더 조직적이고,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세계인들과 함께하고 싶다. '한국홍보 50년'이 되는 해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5위안에 꼽히는 국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성과는.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시작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미국 자연사박물관, 토론토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만들어 비치하고, 한국어 음성서비스를 제공한 일이 머리에 남는다. 또 뉴욕타임스에 'Error in NYT'(뉴욕타임스의 오류)라는 전면광고를 내고 세계적인 유력지들의 '일본해' 표기를 꼬집는 캠페인을 펼친 일, 뉴욕 타임스퀘어에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진을 활용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지적하는 빌보드 광고를 걸었던 일, 독립기념관에 독도학교를 열어 초대교장으로 활동한 일 등이 스쳐 간다.
-- 한국홍보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 세계적인 뉴스 채널인 CNN에 아베 총리의 일본군 위안부에 관련한 잘못된 인식을 비판하는 애니메이션 광고를 집행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당시 CNN측은 이유를 대지 않고 광고 집행을 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중국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아리랑'을 올렸을 때 항의 퍼포먼스를 기획했는데 후원이 이뤄지지 않아 그만뒀었다. 당시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등 세계 주요 10개 도시의 대표 전광판에 동시다발로 상영하는 아리랑 광고 퍼포먼스를 하려고 했다.
-- 각 분야 유명인사와 한국홍보를 함께 했는데.
▲ 배우 송혜교와는 미국·중국·일본 등에 퍼져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지에 한국어 안내서를 만들어 배포했고, 가수 김장훈과는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독도와 동해광고를 집행해 왔다. MBC 무한도전팀과 배우 이영애·김윤진과는 한식 광고 캠페인을 함께 했다. 싸이·소녀시대·씨앤블루 등 K팝 스타와는 전 세계 젊은층에 K팝 안내서를 제작해 제공했고, 안성기·성유리·박하선·혜리·션·윤종신 등과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SNS를 통해 알렸다. 이들 연예인은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유명인사와 한국홍보를 함께할 것이다.
-- 특별히 힘들었던 일은.
▲ 몇 년 전 일명 '네파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때는 국가보훈처 산하기관으로 '대한국인'이라는 재단이 만들어졌는데 무보수, 비상임으로 초대 이사장을 추천받게 됐다. 말 그대로 명예직이었는데 재단의 전권을 맡고 있던 한 상임이사가 네파와의 기부 물품 건으로 문제가 되어 큰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 일에 전혀 관여를 안 했기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국정원 댓글 팀장'이라는 의혹 기사들이 나와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검찰 조사를 통해 한 국정원 직원이 내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해 꾸민 자작극임이 드러났다. 이 두 가지 일을 겪은 후 많이 힘들었지만, 네티즌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서울 출신인 서 교수는 성균관대를 나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세종학당재단 이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 등이 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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