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유해 55구, 65년만에 하와이로 봉환…펜스 "희망의 시작"

입력 2018-08-02 09:45   수정 2018-08-02 10:10

미군유해 55구, 65년만에 하와이로 봉환…펜스 "희망의 시작"

미군 대표병사들이 조심스레 금속관 내려…펜스, 가슴에 손 얹고 응시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서 DNA 신원확인 절차 곧 돌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북한에서 이송해온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주 오아후섬 진주만 히캄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미군은 이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필립 데이비드슨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개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하와이로 날아온 펜스 부통령은 "오늘 도착한 이들 비행기에서 누가 나오든지 간에 우리 실종된 전사자들의 가족을 위한 희망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실종된 군인들의 신원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 수많은 해에 걸친 의문을 걷어내고 마침내 종착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유해는 1953년 7월 한국전쟁 정전 65년 만에 고향으로 향하게 됐다.
지난달 27일 북한에서 이송해온 유해 55구는 한국시간으로 1일 오후 오산 미군기지에서 치러진 송환식을 마친 뒤 미군 대형 수송기 C-17 글로버마스터 두 대에 실려 하와이 히캄 기지에 도착했다.



송환식은 미군 기지에서 예포 21발이 발사되고 F-16 전투기 편대가 전우의 희생을 기리는 뜻으로 저공 비행하는 국가정상급 예우 속에 치러졌다.
마침내 히캄 기지에 도착한 미군 유해는 금속관 한 구마다 해병대, 해군, 육군, 공군 등 미군 각 군을 대표하는 병사 각 한 명씩이 붙어 4인 1조로 운반해 수송기에서 내렸다.
운반을 맡은 병사들은 조심스럽게 줄을 맞춰 유해가 실린 금속관을 옮겼다.
펜스 부통령은 유해가 내리는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행사 참석자 중 일부는 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탑승한 미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투'에는 3∼4세 꼬마이던 시절 한국전쟁이 발발, 아버지를 전쟁터로 떠나보낸 뒤 이별한 전사자 자녀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릭 다운스가 동승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인 펜스 부통령은 기내에서 "스러져간 미국의 한국전 영웅들을 위한 봉환식에 참석하게 돼 겸허한 마음이며 영광스럽다"고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와이 히캄기지에서는 현지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DNA 검사 등을 통해 미군 유해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을 하게 된다.
미군 유해 송환 작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존 크레이츠 DPAA 부처장(준장)은 C-17을 타고 유해와 함께 하와이로 돌아왔다.
이번 미군 유해송환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는 '북미는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북미 양측은 지난달 15일과 16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송환과 관련해 장성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각각 개최해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55구를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항공편으로 송환키로 합의한 바 있다.
유엔사는 장진호 전투 지역(1천24구)과 운산 및 청천 전투 지역(1천495구), 비무장지대(1천여 구) 등 6·25 전쟁 주요 격전지와 전쟁포로 수용소가 있던 지역(1천200여 구) 등에 약 5천여 구의 미군 유해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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