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만남부터 킹크랩 시연회까지 동선 파악 목적
내용 삭제·하드 교체로 증거물 '빈손'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방현덕 강애란 기자 =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겨냥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김 지사 소환을 앞두고 막판 증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특검은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께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사무처와 국회 의원회관 등을 대상으로 김 지사와 보좌진들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범위는 김 지사가 의원 시절 사용한 컴퓨터와 이 컴퓨터와 연관된 국회 서버, 현재 국회에서 근무 중인 전 보좌진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지사와 보좌진이 사용했던 하드디스크의 내용이 삭제되거나 신제품으로 교체된 탓에 이날 특검은 현재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는 당시 일정담당 비서 김모씨의 컴퓨터를 압수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전직 의원이나 보좌관이 사용한 컴퓨터는 포맷 등의 방법으로 내용을 완전히 삭제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검이 일정담당 비서 김씨의 하드디스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만남이 시작된 2016년 6월부터의 행적을 복원해 드루킹이 주장하는 접촉 정황을 규명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 일당이 운영한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사용을 승인하고 이후 메신저 등으로 조작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김 지사가 드루킹의 '업무방해 혐의 공범 등'으로 적시됐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외에 다른 혐의 역시 영장에 적혔으나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고 박 특검보는 전했다.
김 지사는 킹크랩과 같은 댓글조작 매크로(자동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드루킹 체포 이후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드루킹 일당과 만난 사실 자체는 시인하지만, 그 자리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를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특검은 이날 김 지사의 경남 창원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관저, 차량 역시 압수수색했다.
다만 김 지사가 이날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추도식 참석차 연차를 내고 충주에 머무는 관계로 김 지사의 휴대전화는 현장에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갓 1개월 남짓 된 도청 사무실과 비서실까지 왜 뒤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필요하다니 당연히 협조할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이) 조사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일방적 흠집 내기로 다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특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과 동명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박 특검보는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변호사와 협의해 조만간 빨리 소환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특검, 김경수 지사 집무실·관사 압수수색
김경수 의원시절 '일정담당 비서' 컴퓨터도 압수수색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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