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제징용·위안부 소송-판사 해외파견·상고법원' 거래 정황 추적
법원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 문건대로 재판한다고 보기 어려워"
<YNAPHOTO path='PYH2018080207780001300_P2.jpg' id='PYH20180802077800013' title='압수수색으로 문 닫는 외교부 조약과 사무실' caption='(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일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놓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를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10층에서 관계직원이 조약과 사무실 문을 닫고 있다. 2018.8.2 <br>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일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놓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내 국제법률국·동북아국·기획조정실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소송과 법관 해외공관 파견 관련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법관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해 이들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부정적인 정부의 눈치를 살펴 소송의 결론을 5년째 미뤄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신일철주금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12년 한 차례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고도, 이듬해 다시 접수된 재상고심의 결론을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2016년 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유사한 재판거래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의 '민원' 내지 '요청'이 들어왔다는 언급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인했다. 문건에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이나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을 고려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교부는 2016년 11월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요청에 따라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 소송과 관련해서도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각하하거나 개인청구권 소멸을 근거로 기각하는 게 마땅하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별 판단을 담은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공관파견을 꾸준히 늘리면서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제징용 소송의 파기환송을 기대할 것이라는 또다른 문건 내용으로 미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소송 과정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외교부와 법원행정처가 구체적으로 어떤 민원을 주고받았는지, 실제 재판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확인하고 양쪽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법원은 민원을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양측 가운데 외교부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법원행정처 영장은 또 기각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외교부와 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과 두 소송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대한민국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앞서 법관사찰 및 징계 무마,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27일 기각된 바 있다.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제외한 전·현직 법관들과 법원행정처 실·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지 않고 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