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이 중국의 물밑 외교공세로 줄어든 수교국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티에 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하고 남태평양 수교국들과도 대대적인 경협에 나서면서 중국의 '선물 보따리' 공세에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대만 자유시보는 2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대만과 아이티 고위급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올 연말에 정식 계약체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식통은 인용해 보도했다.
아이티 발전소 건설이 이뤄지면 대만 공적개발원조(ODA)의 첫 사례가 된다.
이 사업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5월 대만을 방문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이티의 인프라 건설과 경제발전을 위한 고위급 협의기구를 설치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논의 결과다.
모이즈 대통령은 당시 대만전력공사 시찰 도중 아이티의 전력난을 언급하면서 800MW(메가와트)급 발전소 건설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자 차이 총통이 긍정적으로 답변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정확한 지원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이티 전력시설 구축을 위해 1억5천만 달러(1천628억 원)의 차관이 대만에서 제공될 것이라는 모이즈 대통령의 언급이 보도된 바 있다.
아이티는 현재 18개국으로 줄어든 대만의 수교국 가운데 비교적 국가 규모가 큰 편으로 최근 잇따라 단교 임박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티 인근의 도미니카공화국도 지난 5월 1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으로 갈아탔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수단, 외교적 압박 등을 통해 단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만은 이와 함께 그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남태평양 수교국과의 교류, 협력도 늘리고 있다.
대만은 1일 타이베이 위안산(圓山) 호텔에서 태평양에 산재한 민족 간의 협의체인 '오스트로네시안 포럼'을 10년 만에 개최했다. 차이 총통이 참석한 포럼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국령 하와이 및 괌의 신규 가입이 이뤄졌다.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인 2007년 8월 대만의 주도로 설립된 오스트로네시안 포럼은 태평양 12개 국가 및 지역의 고위급 협의체로 원주민 문화 연계, 각 도서국의 역사의식 강화, 원주민 언어 전승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본부는 팔라우에, 사무국은 타이베이에 두고 있던 포럼은 이후 대만의 정권교체로 10년간 운영이 유명무실해졌다가 원주민 문화를 강조하는 민진당 정부가 다시 들어서며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대만은 수교국들이 밀집돼 있는 오스트로네시안 포럼을 기반으로 미국과 밀착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외교압박을 뿌리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차이 총통은 앞서 지난달 27일 수교 20주년을 맞아 대만을 방문한 마셜 제도의 하이네 대통령과 함께 타이난(台南) 과학공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셜 제도의 대체 에너지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만은 또 중국의 단교 요구를 거부해 어려움에 처한 팔라우에 시찰단을 파견해 대만인 관광객 확대를 위한 신규 항공노선 증설에 나서고, 키리바시, 솔로몬 제도, 마셜 제도에는 중소기업 교류를 통한 경협 확대를 모색할 방침이다.
jinbi1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