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직후 파리 배경…"佛 문화유산이 파시즘을 극복할까"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말년에 쓴 미공개 단편소설 한 편이 세상에 나온다.
1956년 작 '정원이 보이는 방(A Room on the Garden Side)'으로, 이번주 미 문예 계간지 '스트랜드 매거진' 여름호에 실린다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헤밍웨이가 20대를 보냈던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다. 그가 즐겨 찾았던 파리의 최고급 호텔 리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헤밍웨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주인공 로버트가 이곳에 앉아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전쟁의 추악함에 관해 얘기한다.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파리, 전시(戰時), 프랑스 문학에 대한 담론, 와인, 전쟁의 상흔 등이 작품의 소재를 이루고 있어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낯선 느낌을 주지 않는다고 평론가들은 말했다.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 앤드루 F.굴리는 "파리가 나치 독일에서 해방된 직후를 배경으로 파리에 대한 헤밍웨이의 사랑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매년 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여하는 단체 '헤밍웨이 소사이어티'의 멤버인 커크 커넛은 "독자들이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좋아하는 단골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마르셀 프루스트,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프랑스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19세기 천재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요약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의 고민은 '파리의 문화유산이 파시즘의 그늘에서 벗어나 회복될 수 있는가'이다.
전쟁은 헤밍웨이 작품의 화두였다. 그는 세계 제1차대전 때인 1918년 자원입대해 구급차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고 이 경험을 토대로 소설 '무기여 잘있거라'를 썼다.
그는 1921년부터 7년을 파리에서 보내며 문인들과 교제했다. 파리의 카페와 술집을 자유롭게 오가며 지내던 시절에 대한 회고록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그의 사후 3년 후인 1964년 출간됐다.
그는 신문기자로 스페인 내전과 제2차대전을 취재했고 파리가 나치 독일에서 해방되던 1944년 현장에 있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2차대전 경험으로 말년에 10년에 걸쳐 5개의 단편을 썼다. '정원이 보이는 방'은 그중 하나다.
그는 1956년 출판인인 찰스 스크리브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들은 좀 충격적일 텐데 정형적이지 않은 군인들과 전투,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을 다루기 때문"이라며 "내가 죽은 후 출판하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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