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 속 컨테이너 열기와 씨름하는 항만 노동자들

입력 2018-08-02 16:44  

[르포] 폭염 속 컨테이너 열기와 씨름하는 항만 노동자들
한낮 컨테이너 표면온도 70도 넘어…햇볕 피할 그늘도 없어 땀 범벅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6위의 항만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래서 항만 노동자들은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대형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고정한 장치를 풀고 다시 묶는 고박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내리쬐는 땡볕에다 선박과 컨테이너의 철판이 내뿜는 열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며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2일 오전 11시를 기해 부산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찾아간 부산 북항의 신감만부두에서는 3척의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역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컨테이너들이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놓은 고박 장치를 푸는 것이다.
부두에 있던 컨테이너를 배에 실을 때는 다시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항만 하역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자동화됐지만 고박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신감만부두에서 일하는 부산항운노조 1항업지부 소속 고박 인력은 84명.
이들은 2명씩 조를 이뤄 컨테이너 고박장치를 풀고 다시 장착한다.
가장 먼저 올라간 3만t급 외국적 선박은 이날 오전 7시 접안해 550개의 컨테이너를 내리고 6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뒤 3일 새벽 2시 출항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배에는 28명이 투입돼 컨테이너 하단의 받침대 4곳에 장착된 '트위스트 콘'이라는 결합장치를 일일이 해제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와 선체를 묶어놓은 쇠막대기 형태의 고박장치도 긴 장대 같은 도구를 이용해 풀었다.
550개 컨테이너를 내리려면 받침대에 장착된 무게 5㎏짜리 콘 2천개의 줄을 일일이 잡아당겨 풀고 나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집어서 부두에 내려 트럭에 싣기 전에 직접 손으로 빼내야 한다.


선체와 컨테이너를 연결한 쇠막대기형 고박장치도 400개에 이른다. 개당 무게는 15~20㎏이다.
오후 2시 부산의 기온은 33~34도였지만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부두 안벽 쪽은 콘크리트 포장이 내뿜는 열기 탓에 온도계가 49도까지 치솟았다.
선박 위에 실린 컨테이너의 표면 온도는 70도를 넘어섰다.


부두와 선박 위에서 일하는 고박 노동자들은 보통 3시간 정도 일하고 30분 휴식하는 형태로 근무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콘크리트 바닥, 선박과 컨테이너의 달아오른 철판에서 나오는 열기 속에서 무거운 쇠막대기를 들고 씨름하느라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흘러도 몸을 피할 그늘조차 없다.
컨테이너나 하역장비가 만들어준 그늘에 잠시 쪼그리고 앉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보지만 열기까지 막을 순 없다.
김성옥(56) 씨는 "30년째 고박 업무를 하고 있는데 올해가 가장 더워 정말 힘이 든다"며 "최근 북항에서만 4명이 고박 작업 도중에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다"고 말했다.



11년째 고박 일을 하는 김봉수(41) 씨는 "작업을 하다 보면 더위 때문에 현기증과 속이 메스꺼운 증세를 느낄 때가 있다"며 "트레일러 타이어 가루와 선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더위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도 없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고박 노동자들은 모두 일용직으로 근무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그래서 더위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일을 중단할 수가 없다. 하루 일당을 날리는 데다 2명이 조를 이뤄 일하기 때문에 자신 때문에 다른 동료까지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광웅 1항업 지부장은 "고박 노동자들은 주말과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데 1인당 작업시간이 월 400시간을 훌쩍 넘는다"며 "견디기 힘든 더위 속에 몇 시간씩 일하는 노동자들이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항만공사와 부두 운영사 등이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북항 4개 부두에서 일하는 고박 노동자는 670여명이고 신항 5개 부두에는 850여명이 있다.
한 지부장은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며 "부산항이 신속한 하역 서비스를 자랑하는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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