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 8조2천억→1조5천억 줄듯…'빚더미' 스리랑카 함반토타 반면교사
미얀마 "국제 컨설팅 거쳐 재검토"…사업개시 시점 연기 불가피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되던 미얀마 서부 차우크퓨 항구 개발사업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미얀마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우려해 이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개발사업이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중국 측과 차우크퓨 심해항구 개발사업 협상을 주도해온 셋 아웅 미얀마 재무부 차관은 이날 "프로젝트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셋 아웅 차관은 "이전 정부는 사업을 크게 하려 했으나 우리는 작게 시작하고 추후 수요가 있는 경우 늘려가는 방식을 원했다"며 "첫 입찰 후 사업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정부가 보증을 설 수는 없다. 또한, 사업비용 검토를 위해 국제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야 하는 만큼 사업 일정도 몇 개월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최우선 과제는 미얀마 정부에 빚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경제 자문역인 숀 터넬은 사업 조정으로 애초 73억 달러(약 8조2천490억 원)에 달했던 사업비 규모가 13억 달러(1조4천69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있는 차우크퓨는 인도양에서 미얀마를 거쳐 쿤밍까지 연결되는 771㎞의 중국 송유관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믈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서남부지역에서 인도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곳에 필리핀 마닐라, 스페인 발렌시아에 버금가는 대규모 항만시설과 섬유·정유 생산시설을 포함한 4천200에이커 규모의 경제특구(SEZ) 등 산업시설을 세워 서부내륙 개발의 전초 기지로 삼고자 했다.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해외 인프라 구축 계획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이 이곳을 군사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투자창구 역할을 해온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는 지난 2015년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정부 시설 미얀마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고 올해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CITIC은 총 4단계의 프로젝트 가운데 1단계 사업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완공 이후 50년간 시설 운영권(25년 연장 가능 포함)을 갖는 조건의 계약도 진행됐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함반토타 항구를 지었다가 이용자가 적어 생긴 적자 때문에 결국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 스리랑카의 사례를 보면서 사업을 재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터넬 자문역은 정부 보증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끌어와 사업을 진행하는 기존 계약을 미얀마 측이 전면 재검토해 계약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협상은 재무 리스크를 대폭 줄이게 될 것이다. 또한, 채무와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 같은 대국에 대한 영향력이 전혀 없는 국가에 건설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내가 아는 바로는 양측이 차우크퓨 프로젝트에 대해 상업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하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들은 최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 부족으로 '빚의 덫'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함께 라호르에서 진행하는 경전철 건설사업으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또 최근 정권이 교체된 말레이시아도 중국 국영기업이 수주해 진행하던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공사를 중단하려 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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