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긴장…온열질환·산불 등 대규모 피해 우려
물류·교통 차질부터 세계대전 폭탄 노출·최고봉 변경 기현상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반도에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지역에서는 아프리카발 더위까지 더해져 조만간 기존 최고기온 기록이 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의 영향으로 특히 유럽 남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온이 오르고 있다.
지중해 인근 지역의 더위는 주말 무렵 절정에 이를 전망인데, 해안가보다는 내륙지역이 더 더울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스페인 남서부와 포르투갈 남부 및 남동부는 3~4일 47도를 넘길 전망이다.
포르투갈의 현 최고기온은 2003년 8월의 47.4도, 스페인은 지난해 7월의 47.3도인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은 유럽 전체의 최고기온 기록인 1977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의 48도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사설 기상관측기관인 메테오그룹은 이베리아 반도의 기온이 48도까지 오를 가능성은 40%, 48도를 넘어설 가능성은 25~30%라고 보기도 했다.
48도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65~70%나 된다는 것이다.
포트루갈에서는 밤에도 25도 밑으로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 포르투갈 기상당국은 최근의 극심한 폭염이 2003년 더위에 비견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베리아반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는 몇 주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 폭염의 원인은 지구의 대기를 섞어주는 기능을 하는 제트기류가 평소와 달리 북쪽으로 치우쳐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트기류가 2개월가량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 고기압이 계속 머물러 유럽에 맑은 날씨와 불볕더위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프리카에서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유럽 각국에서 비상이 걸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천년 만에 폭염이 닥쳤다는 얘기가 나온 2003년 유럽 각지에서 더위 그 자체로 숨진 이들은 7만여명에 달했다.
폭염으로 자주 피해를 보는 이탈리아 23개 도시에서는 2005∼2016년 고온과 관련한 문제로 사망한 이들이 2만3천880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에 따른 인명피해를 넘어 폭염을 동반하는 가뭄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별개의 공포로 간주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해 무더위 속에 발생한 산불로 무려 11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있었다.
이달 말 아테네 외곽에서는 건조한 날씨 속에 대형산불이 발생해 해안 휴양지에서 여유를 즐기던 관광객과 주민 91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올해 폭염 때문에 유럽 각 지역에서는 종전에 보지 못한 기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가장 높은 셰브네카이세 산의 빙하가 이상고온으로 녹으면서 그 나라 최고봉이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노르웨이 정부는 운전자들에게 순록과 양들이 더위를 식히려 터널로 들어가는 만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독일에서는 엘베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바닥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수류탄과 탄약이 발견됐다.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주요 강이 말라 화물선 운영이 차질을 빚자 산업계가 원자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bsch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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