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도부터 서행, 65도부터 고속열차 운행중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칠 줄 모르는 기록적인 불볕더위 속에서 철도 근로자들도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상행선 열차의 출발점인 부산역 인근 선로에서 코레일 부산시설팀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를 뚫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선로 위를 걸어 다니며 레일 온도를 측정했다.
장비를 들고 고온에 따른 선로변형 여부도 함께 확인했다.
한껏 달궈진 선로 위를 걷기만 해도 땀 범벅이 됐다. 안전모에다가 수건을 둘러 뜨거운 태양을 피했다.
작업자들에게 긴 옷은 필수다.
한껏 달궈진 선로에 맨살이 닿으면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 2시 부산 기온은 33∼34도였지만 달궈진 선로 온도는 54도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하루 중 가장 무더운 2시께 가장 바쁘다.
고온에 따른 선로변형이 올 수 있는 취약시간대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살수작업이 시작됐다.
철도 레일 위에서 자동살수장치로 물을 뿜으며 선로 온도를 낮췄다.
고속철도가 다니거나 폭이 좁은 구간은 개인 펌프를 등에 메고 살수작업을 펼친다.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된 장소에서 이들의 업무를 지켜봤지만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시설팀 직원들은 흘러내리는 땀으로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얼음물을 마시고 햇빛을 가리던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폭염과 맞선다.
한 근로자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한낮에 철도 시설물 보수는 하지 않지만 살수작업과 온도측정 등으로 평소보다 더 바쁘다"며 "힘들지만 안전을 위한 일이니 덥다고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무더울수록 더 분주해지는 이유는 폭염에 발생할 수 있는 선로 휘어짐으로 인해 열차의 탈선사고와 열차 운행 중단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고속열차의 경우 레일 온도가 55∼60도는 230㎞/h 이하, 60∼64도는 70㎞/h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64도 이상이면 운행을 중지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오후 3시 14분께 천안 아산∼오송역 구간의 레일 온도가 61.4도를 기록하면서 KTX 개통 이후 처음으로 시속 70㎞ 이하로 서행했다.
지난 20일에도 경부고속선 천안 아산∼오송역, 신경주∼울산, 호남선 익산∼정읍 구간 등 일부 구간에서 KTX 열차가 시속 230㎞ 이하로 서행했다.
코레일은 고속선 선로 열차 순회 주기를 15일 1회에서 매일 1회로, 일반선은 7일 1회에서 매일 1회로 하는 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현재 시설분야는 주말도 없이 매일 열차 및 도보순회 점검을 시행하고, 폭염대비 자체관리 12개소를 지정해 자동살수장치, 인력살수, 인력감시 배치로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로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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