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휴가에 읽은 책은…근현대사·북한 화두

입력 2018-08-03 12:05  

문대통령 휴가에 읽은 책은…근현대사·북한 화두
소설 '소년이 온다'·'국수'·방북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에 읽은 책들은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를 보여준다.
3일 청와대가 밝힌 도서 목록을 보면 소설 '소년이 온다'와 '국수', 방북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각각 근현대사 문제와 북한의 현재 모습을 화두로 삼은 책들이다.



◇ '소년이 온다' = 영미권의 권위 있는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2014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전면으로 다뤘다.
광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5·18이 터지기 전에 소설가인 아버지 한승원과 가족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광주의 지인들로부터 받아 집에 보관하던 5·18 당시 현장 사진이 담긴 앨범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해온 작가는 몇 년간의 치밀한 취재를 거쳐 그 현장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단짝 친구와 함께 거리에 나간 소년이 군인들의 학살 현장을 목격하고,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한 체육관에서 어른들을 도와 여러 일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년은 결국 시민들의 최후 저항까지 함께하고 혼령이 되어 떠돈다. 이후 당시 소년과 함께 있었던 젊은 여성이 당국에 끌려가 성고문을 포함한 극심한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을 앓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극적인 역사와 그 현장에 있던 인물들의 치열한 이야기가 작가의 혼신을 다한 문장으로 되살아나 독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도 번역 소개됐고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이 참담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인간의 존엄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광주항쟁 때 돌아가신 한 야학 교사가 남긴 기도를 보면서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됐다. '하나님, 왜 저에겐 양심이란 게 남아있어서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란 문구였다. 이후 인간의 폭력보다는 존엄에 더 초점을 맞춰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배제대상(소위 '블랙리스트') 도서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 '국수(國手)' = 원로 소설가 김성동이 지난달 완간한 대하소설(전 5권)이다. 1991년 신문 연재로 시작해 27년 만에 완결했다.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충청도 내포지방(예산·덕산·보령)을 중심으로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년,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난 화적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선승 백산노장과 불교비밀결사체를 이끄는 철산화상, 동학접주 서장옥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천한 계급의 인물들을 통해 조선 말기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언어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전부 다 역사적 실체와 근거가 있더라. 할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서 들었으니 고조할아버지까지 올라간다. 증조할아버지가 갑오년에 조선왕조의 마지막 과거를 치렀는데, 그때 갑오왜란이 일어났다. 갑오경장이 아니고 갑오왜란이다. 왜놈들이 전부 바꿔버렸으니까. 이 기가 막힌 역사를 소설로 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땅에서 사라진 우리 말을 되살린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우리 고유의 언어만을 쓰려는 작가의 집요한 노력으로 판소리처럼 리듬 있는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 한국인 최초의 평양 순회 특파원으로 활동한 재미언론인 진천규 기자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 차례 단독 방북취재로 포착한 북한 모습을 소개하는 책이다.
진 기자의 방북취재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한국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 이후 처음이다. 평양은 물론 원산, 마식령 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을 돌아보고 지난 10여 년간 베일에 가린 북한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평양냉면 붐을 일으킨 평양 옥류관 주방, 려명거리 73층 아파트 내부, 주체사상탑 전망대에서 찍은 평양 시내 야경, 단둥-평양 국제여객열차에서 찍은 평안도 평야 지대 추수 장면, 실제 평양지도 등을 처음 공개한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기자로 합류해 판문점 출입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1992년 제6차 남북고위급 회담과 2000년 6.15 정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6.15 공동선언 때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웃으며 손을 잡고 들어 올리는 사진을 찍었다.
저자는 "17년 만에 다시 평양의 첫인상은 '놀라움'이었다"며 "북녘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변했고, 평양 거리의 사람들은 자유롭고 활기차 보였다. 특히 놀란 것은 손전화(휴대전화)와 택시, 마트의 일상화였다. (…)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우리가 사는 모습과 별다를 게 없었다"고 말한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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