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학생, 교통안전 요구 격렬 시위…차량방화·도심마비

입력 2018-08-03 13:21  

방글라데시 학생, 교통안전 요구 격렬 시위…차량방화·도심마비
과속 버스에 학생 사망한 후 점화…총리 "학생 요구 수용" 진화 나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무질서한 교통 환경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에서 고등학생 수천 명이 도로 교통안전을 요구하며 차량을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일간 다카 트리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고등학생들은 지난 2일까지 5일 연속으로 수도 다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시위 과정에서 다카의 주요 도로를 막고 교통안전을 요구했다. 일부는 도심으로 행진하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운전자의 면허증을 검사하거나, 도로 일부를 긴급 차량 운행용으로 비우게 하는 등 '교통경찰' 노릇까지 했다.
일부는 경찰 오토바이, 버스 등을 파손하고 일부 차량에는 불까지 지르는 등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도심 교통은 며칠째 마비 상태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교육 당국은 2일 전국에 임시 휴교령까지 내렸지만, 학생 시위대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10대 학생 두 명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뒤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에 치였다. 이와 관련한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지면서 흥분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평소 등하교 과정에서 뒤죽박죽인 교통 상황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느꼈던 학생들이 거리에서 분노를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위대 중 한 명인 임란 아메드는 "그들(교통 당국 등)은 우리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무면허 운전자가 많은 데다 운전 질서도 엉망이라 지난해에만 4천2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보다 25%나 증가한 수치다.



이번에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이야라 이슬람 로지는 BBC방송에 "외출할 때마다 우리의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위에 합류하게 됐다"며 "우리는 (교통 관련) 부패가 사라지고 운전 면허증이 사탕처럼 쉽게 발급되지 않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와중에 샤자한 칸 운송부 장관의 실언은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칸 장관은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로 33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왜 그 때는 시위를 벌이지 않았느냐"며 시위대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가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위대의 기세가 잦아들지 않자 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다카 트리뷴에 따르면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2일 학생들이 제시한 9가지 요구사항을 시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운전자 면허증 관리와 단속을 강화하고, 대로에 접한 학교 인근에는 육교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5일간 317대의 차량이 파손됐고 8대가 불탔다며 "학생들은 이제 학교와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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