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첫 문장·하얀 국화·너의 수만 가지…

입력 2018-08-03 14:11  

[신간] 첫 문장·하얀 국화·너의 수만 가지…
팔과 다리의 가격·소설의 첫 만남·기억 거래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첫 문장 = 윤성희 작가의 신작 소설.
한 남자의 삶을 5부로 나눠 소년 시절의 이야기, 딸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일 등으로 그린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은 그러나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택한 탈출구는 전국의 고속터미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가 매달리는 것은 '첫 문장'이다. "나는", "어릴 적 정연은"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을 써내려가며 어린 시절의 나를, 죽은 딸아이를 불러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어떤 문장도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니 지워도 상관없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소설을 써야 했다. 문장에 욕심이 생길 때마다 나는 걸었다"고 썼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네 번째 소설. 152쪽. 1만1천200원.



▲ 하얀 국화 = 한국계 미국인 여성작가 매리 린 브락트의 첫 장편소설.
제주도 해녀 한 집안에서 어린 자매가 겪는 한국 현대사의 처절한 비극을 생생하게 그린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소녀 '하나' 이야기와 제주 4·3에 휘말려 가족이 참살된 '아미' 이야기가 교차한다.
작가는 2002년 어머니의 한국 고향 마을을 방문했고, 이때 처음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에 관해 알게 돼 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로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2018년 주목할 만한 10명의 작가' 중 하나로 뽑혔다. 이 소설은 올 초 발표된 이후 미국과 영국은 물론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독일 등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이다희 옮김. 문학세계사. 424쪽. 1만6천원.



▲ 너의 수만 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 = 시인이자 평론가인 박상수의 두 번째 평론집.
2010년대의 시와 시인에서부터 한국 시사(史)를 꼼꼼하게 엮고 이어냈다. '지금의 한국적 현실에서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를 끊임없이 회의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시와 시대 속으로 뛰어들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두 편의 짧은 글은 편안한 에세이처럼 쓰였다.
문학동네. 480쪽. 2만원.



▲ 팔과 다리의 가격 = 아시아 출판사의 인물 논픽션 '이 사람' 시리즈 신작이다.
소설가 장강명이 탈북자 지성호 씨를 주인공으로 쓴 글이다. 지 씨는 지난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하고 재차 언급해 세계에 알려졌다.
그는 198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6년 열차 사고로 한 손과 한 다리를 잃고 꽃제비 생활을 했다. 2006년 북한을 빠져나와 목발을 짚은 채 중국에서 라오스, 미얀마, 태국까지 1만여㎞를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한 청년의 잘려 없어진 팔과 다리의 가격이 아니라 아직 가지고 있는 한 팔과 다리의 힘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아무 잘못 없이 비참하게 굶어 죽어야 했던 사람들의 비극에 대해 누군가 함께 슬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136쪽. 1만500원.


▲ 소설의 첫 만남: 공감력 세트 = 청소년들이 문학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해 펴낸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후속편.
이번에 펴낸 공감력 편은 김애란의 '칼자국',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 스콧 니컬슨의 '뱀파이어 유격수'(송경아 옮김)로 구성됐다.
정수지·이지연·노보듀스 그림. 창비. 각 권 84∼104쪽, 7천500원.



▲ 기억 거래소 =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가 쓴 장편소설.
'기억을 조작하거나 삭제 혹은 재생하는 기술이 가능하다면, 그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토대로 '기억의 기술'을 거래하는 회사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 묵시록적 전망을 그렸다.
평범한 20대 청년 '완우'는 춘천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잠시 일하다가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대학 시절 은사인 김상균 교수의 소개로 사무실도, 이름도 없는 기업에서 일하게 된다.
그 기업은 발달한 뇌과학을 이용해 인간의 기억을 조합하고 바꿔주는 서비스를 음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 회사를 '더 컴퍼니'(The Company)라고 칭한다. 완우가 이 회사의 영업 담당자인 조민석 실장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알렙. 228쪽. 1만4천000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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