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대(對) 미국 관계를 자신이 관장하고 있다는 관측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제일보는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왕 부주석이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기업인들과 만났을 당시 자신이 미중 관계를 관장하는 책임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국가부주석 직무에 맞게 "시 주석이 시키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시 주석의 '오른팔'로서 위기 대처에 능숙한 '소방대장' 왕치산이 투입돼 미중 무역협상을 관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었다. 이 과정에서 왕 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신문은 왕 부주석이 지난달 11일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을 만나고 12일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는 등 미국측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며 미중 사이의 전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왕 부주석은 이매뉴얼 시장과 회견 당시 "현재의 중미관계는 결코 중국이 원했던 것이 아니며 중국은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주석은 지난 5월 미국 기업인들과 회견 당시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맞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인 '지피지기'(知己知彼)를 인용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인들은 중국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이 빈곤에서 벗어나려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부주석은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정책적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무역전쟁을 비롯한 현재 대외관계 문제를 왕 부주석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만기친람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최근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시진핑 외교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소개하며 "시 주석이 대외관계 업무를 고도로 중시해 조용히 들어앉아 방책을 꾸미고 모두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위원은 이어 시 주석이 중국 및 세계 발전의 틀과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외교사상'을 수립했다면서 시 주석을 의미하는 '당 중앙 핵심'이 '외교대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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