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에 한옥마을 관광객 65%↓, 상인들 매출 하락에 울상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휴가철인데 가게마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요. 대출받아서 장사 하는데 이번 달은 이자 갚을 게 걱정이네요. 폭염이 정말 사람 잡네요."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3일 오후 2시 전주한옥마을.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한참 북적거려야 할 한옥마을 입구는 훅훅 달아오른 지열을 식히는 살수차만이 바삐 오갔다.
평일에도 관광객 수천 명이 한데 몰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태조로와 은행로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전통한복을 입은 단체 관광객이 점령했던 전동성당과 경기전 등 주요 명소도 방문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골목 돌담길과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음식거리도 마찬가지.
상인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매장 입구에 나와 인적 드문 거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맛깔스러운 비빔밥을 파는 음식점과 새콤달콤 시원한 음료수를 진열한 주스 전문점,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 모두 손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양산과 손 선풍기를 든 몇몇 관광객은 따갑다 못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상점을 지나쳐 주차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폭염으로 인한 유례없는 불황에 상인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37)씨는 "여름 성수기는 한참 관광객이 몰려 매출이 오르는 시기인데 요즘은 매출이 반 토막도 아니고 반의반 토막이 났다"며 "날이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밖에 아예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박모(50)씨도 빈 객실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대학교 방학에 휴가철이 겹친 이맘때면 16개 객실이 모두 들어차야 하지만, 겨우 방 두 곳만 숙박객이 들었다.
한 달 매출도 지난해보다 60∼70% 넘게 줄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매일 객실 정리를 하고 있지만, 텅텅 빈 객실만큼이나 게스트하우스 주인 마음은 공허한 상태다.
박씨는 "이대로 무더위가 계속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더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숙박객도 낮에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다가 해가 저물면 숙소를 나설 정도"라고 말했다.
전기 자전거와 관광 마차 대여점을 운영하는 최모(39)씨도 속사정을 털어놨다.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자전거 30대와 마차 5대가 꾸준히 상점 밖을 나갔지만, 요즘은 자전거와 마차 대부분을 상점 안에서 놀린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도로가 너무 뜨거우니까 관광객이 자전거나 마차를 안 타려고 한다"며 "성수기 때는 자전거와 마차가 모자라서 못 빌려줄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하루에 다 합쳐서 10대도 안 나간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한옥마을내 경기전 입장객 수는 4만5천48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관광객(12만4천216명)과 비교하면 약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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