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떨어져 사는 중국 시골 청소년들 휴대전화 '중독' 심각

입력 2018-08-03 17:42  

부모와 떨어져 사는 중국 시골 청소년들 휴대전화 '중독' 심각
中양저우대 설문…"유수아동 48.3%, 휴대전화 의존도 매우 높아"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에서 부모가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 남은 '유수아동'(留守兒童)의 휴대전화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3일 장쑤(江蘇)성 양저우(楊州)대학 설문조사를 인용, 시골 청소년들 사이에서 장시간 휴대전화를 갖고 놀기가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자원봉사자를 통해 구이저우(貴州)·안후이·저장성 내 400여 농촌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16세 유수아동 중 42.7%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소유했으며, 77.3% 이상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답했다.
더구나 많은 지역에서 농촌 어린이들이 도시 어린이들보다 인터넷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특히 유수아동이 이런 경향을 나타냈다.
설문조사 책임자인 류쓰원 씨는 "일부 지역의 유수아동 31% 이상이 여름방학 동안 매일 2시간 이상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내며, 약 15%는 4시간 이상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유수아동의 48.3%는 휴대전화에 매우 의존적이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유수아동의 휴대전화는 대개 농민공 부모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먼 곳에서 감독하고자 사준 것으로 이런 '전화 육아'는 많은 가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들 가정의 일부 초등생 및 중학생 자녀에게 휴대전화는 전자 장난감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 "'전화 육아'는 특히 산악지대 유수아동에게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유수아동은 '식사할 때나 걷고 잠잘 때조차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이저우성 모 초등학교의 장위 교장은 "유수아동의 절대 다수를 조부모가 돌보지만 노인들은 대체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 손자손녀를 잘 관리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들은 손자손녀 손에 휴대전화를 쥐어주고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중독이 유발하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저우대 정신건강센터의 쭝춘옌 상담사는 "휴대전화를 과용하는 어린이는 부모,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데 서툴 뿐만 아니라 비사교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화면을 장시간 쳐다보면 시력 손상, 경추·척추 강직증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 교장은 학업 저하, 부주의, 부적절한 정보 노출 등 휴대전화 중독 이면의 숨겨진 위험이 더 심각하다며 "가정과 학교의 효과적인 협력이야말로 어린이들의 휴대전화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 조사 결과, 유수아동은 6천여 만명이며 이는 중국 내 17세 이하 아동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reali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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