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내무장관 자산 동결 지시"…실효성 약한 상징적 보복
미, 무관세 자격 박탈 위협…에르도안 "전면 제재는 양자 모두에 해로워"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인 목사 구금으로 제재를 당한 터키가 같은 조처로 응수했다.
그러나 추가 제재를 우려한 듯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미국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에게 터키 내 자산이 있다면 그것을 동결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출신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터키 내 장기 구금을 이유로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에 제재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제재 지시는 미국에 타격이 되기보다는 동일한 조처로 보복했다는 상징적 제스처에 해당한다.
터키 정부는 미국 재무부 제재 발표 후 지체 없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에는 '내무장관' 직위가 없는 데다, 에르도안 대통령 발언에도 드러나듯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에게 터키 내 자산이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반대로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틀 연속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쳤다.
더 나아가 이달 3일 미국은 터키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개발도상국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인 GSP에 따라 터키는 지난해 약 3천500개 품목, 16억6천달러(약 1조9천억원) 규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동일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도, 사태가 전면적인 제재로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승자 없는 게임의 당사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정치·사법적 논쟁을 경제 차원으로 가져가는 것은 쌍방에 모두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 중"이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이 상식을 되찾기"를 기대했다.
앞서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따로 만나 브런슨 목사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한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행위 혐의로 투옥됐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장 35년형에 처할 수 있다.
브런슨 목사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달 터키 법원은 그의 건강을 고려해 가택연금을 결정했다.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부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도 터키 법원은 지난달 말 또다시 석방 요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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