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외세개입 가능성' 배제않아…반정부단체 범행 자처
마두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배후"…콜롬비아 "근거없다" 펄쩍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베네수엘라 검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콜롬비아를 지목한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반정부단체가 배후를 자처하는 등 용의자를 둘러싼 무성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타스통신과 현지 신문 엘나시오날에 따르면 타레크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검사 3명에게 이번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상세한 내용은 6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던 중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암살 기도에 긴급 대피했다.
사브 총장은 암살 기도가 마두로 대통령뿐 아니라 연단에 함께 있던 군 수뇌부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체포된 복수의 용의자들로부터 이미 중대한 정보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의문의 단체가 암살 기도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으나 실제 범행을 저지른 세력이 누구인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자칭 '티셔츠를 입은 군인들'(Soldiers in T-shirts)이라는 한 정체불명의 반정부단체는 폭발물을 실은 드론 2대를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날려 보낼 계획을 짰지만, 정부군이 이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명에서 "정부의 목적이 최대 다수의 행복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사람들이 굶주리거나, 병자에게 약이 없거나, 화폐가치가 전무하거나, 교육시스템이 교육은 하지 않고 공산주의만 세뇌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한 주장의 진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번 암살 기도의 배후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을 비롯한 콜롬비아와 미국 마이애미의 '우익' 세력을 지목했다.
사브 총장도 암살 기도가 외국에서 계획됐을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다"며 "베네수엘라를 넘어 조직된 테러 계획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콜롬비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산토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부를 전복하는 일이 아니라 손녀 세례식 때문에 한창 바쁘다"고 반박했다고 EFE통신이 전했다.
이에 더해 AP통신은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의 말을 인용해 행사장 인근 아파트에서 가스통이 폭발했다면서 정부 발표와는 전혀 다른 사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실정, 민주주의 쇠퇴 등으로 비판받는 마두로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하려고 자작극을 벌였다는 시선도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데이비드 스마일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선임연구원은 연설 도중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대통령의 이미지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마두로 정부의 자작극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일드 연구원은 "누구 소행이든 마두로는 이를 권력 집중에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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