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약한 모습 안보이려는 中 여론 속내는 복잡

입력 2018-08-06 10:56  

무역전쟁 약한 모습 안보이려는 中 여론 속내는 복잡
관영매체는 '주전론'…인터넷선 "발전 호기 끝났다…협상 서둘러야" 주장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2천억 달러 관세율 인상 검토에 맞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가운데 6일 중국 여론의 속내도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며 무역전쟁에 맞서 싸워야 할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이들 관영매체가 주장하는 주전론(主戰論)에 회의감을 내비치는 주장이 적지 않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평론을 통해 "협상 전 극언을 퍼붓고 자기가 손해되는 조치를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협상 카드를 늘리는 것이 미국이 국제현안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며칠간 미국이 관세폭탄을 던지며 중국을 압박, 위협하는 한편으로 곳곳에서 중국과 협상을 재개하려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온 양책은 중국의 어떤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이 자신의 핵심이익에 손실이 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을 기대하는 것은 미국 최대의 전략적 오판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또 이번에 중국이 취한 반격조치는 "인민의 복지와 기업의 감내력, 전세계 산업사슬 유지 등 요인을 고려한 것"이라며 "중국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그 어떤 '무역 따돌림주의'에 굴복한 바 없다. 중국은 또다른 반격 조치를 내놓을 권리가 있지만 이를 유보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외에도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도 이틀간 평론을 쏟아내며 '미국의 무역협박' 등 용어를 사용해 "중국은 싸우고 싶지 않지만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央視網)은 이번 조치에서 보듯 중국은 보복의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반면 미국이 발표한 2천억 달러 관세 품목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미국이 성급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겁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관변학자들도 주전론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열심이다. 이들은 중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중국경제가 외부의 도전에 대응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2개 분기 연속으로 6.7∼6.9%의 중고속 성장 구간에 머물고 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온건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 수급도 기본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장옌성(張燕生)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리더라도 중국 GDP에 대한 영향은 대략 0.3∼0.4% 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상반기 중국 경제의 안정속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GDP 증가율이 6.8%를 기록한 만큼 관세전쟁의 영향을 받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6.5% 안팎의 합리적 성장 구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의 이런 낙관론에도 중국 인터넷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로거 위융딩(余永定)은 "앞으로 오랜 기간 중국은 미국과 전면적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경제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이 될 것"이라며 "무역전쟁의 장기화, 상시화와 함께 중국 발전의 호기는 이미 기본적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현재 중국 최대의 골칫거리는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졌다는 점"이라며 중미 무역전쟁은 개혁개방 40년의 성과를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도 있다. 중국은 반드시 저자세로 미국과 협상을 서둘러 현재의 피동적 국면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달 17일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본따 제로관세, 제로 진입장벽, 제로 보조금 실현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블로거는 "미국의 주요 요구사항을 서둘러 충족시키고 지방정부에 경제발전의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단가오'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청나라 말엽에 조정이 외환(外患)에 우매해 망했던 것처럼 무역전쟁이 중국 지도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이미 넘었다며 중국의 우월감을 부추겼던 학자나 매체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첫 희생양은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 후안강(胡鞍鋼) 국정(國情)연구원 원장이 됐다.
최근 칭화대 동문들은 후 교수가 과거 "중국의 종합국력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주장의 학술보고서를 내 국가정책을 오도했다며 그를 원장 및 교수직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호소문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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