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집중…개인전엔 구본길·오상욱 출격
(진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난달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2관왕을 차지한 사브르의 '맏형'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후배들 뒤를 지키는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김정환은 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펜싱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아시안게임 단체전에는 구본길과 오상욱이 나선다. 저는 단체전에서 묵묵히 지키고 있다가 위기가 오면 불을 끄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 남자 펜싱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정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한국 선수 사상 첫 2관왕에 올랐다.
국가대표 생활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메달이 이번 금메달이었고, 단체전에선 후배들과 뜻깊은 2연패를 일궜다. 막내 오상욱(22·대전대)과는 띠동갑 넘게 차이 나는 때에 찾아온 최고의 영광이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털어놓은 김정환은 "실전 체력을 키우고자 평소 훈련 땐 후배들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고 체력 유지의 요인을 소개했다.
이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즐겁게 하고, 동료들의 조언과 유상주 코치님의 보살핌 덕분에 그런 성적을 거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현시점 세계 최강자이지만,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한 나라에서 두 명까지 밖에 나갈 수 없어서 세계랭킹에 따라 구본길, 오상욱이 낙점됐다.
김정환은 "저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개인전에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낀다"면서 "중요한 대회에서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도전하는 강자이며, 오상욱은 지난해부터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하며 급성장한 '신성'이다. 김정환이 "한 명은 금메달, 한 명은 은메달"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든든한 두 후배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김준호(국군체육부대)까지 '어벤저스'급 전력을 갖춘 만큼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자신하고 있다.
김정환은 "신구 조화가 적절히 된 데다 네 명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다. 피지컬이 좋은 준호와 상욱이의 경우 상대 입장에선 알면서도 당한다"면서 "서로를 잘 알아서 단점도 빨리 얘기해주는 게 정상 유지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 사브르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선전으로 아시안게임 종합 3연패에 도전하는 펜싱 대표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조다.
김정환은 "이제 어느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 펜싱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왔다"면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도 물론 금메달을 따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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