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정부, 美 기업들이 행정부에 무역전쟁 반대 제기하길 원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의 '관세 폭탄'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다양한 관세, 비관세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제임스 짐머맨 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SCMP에 "중국 세관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당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인허가를 불필요하게 지연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기계장비 부품 제조업체는 이러한 보복으로 인해 미국 본사가 중국 법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600만 달러 가량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우리는 '정밀타격'에 희생된 기업 중 하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 비영리기구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제이크 파커 부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자동차 회사가 부품 등을 수입할 때 이전에는 전체 물품의 2%만 검사했으나, 이제는 중국 당국이 전수 검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산 식품을 중국으로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 중국 당국의 검역 절차가 지연되면서 식품이 상하거나,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일마저 발생하고 있다.
파커 부대표는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반도체, 농산물 등의 수입선을 미국 외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상무부가 곡물 기업들에 대두, 돼지 등의 수입선 다변화를 장려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위생, 광고, 환경 등의 법규를 위반했는지 더욱 엄격한 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막중한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런 움직임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당국의 보복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식으로 문제 삼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파커 부대표는 "문제는 이러한 보복과 미·중 무역갈등의 인과 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많은 사례를 알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결코 이러한 (보복) 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짐머맨 전 주중 미국 상의 의장은 "중국 정부는 조만간 미국 기업들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노리는 것은 미국 기업이 이러한 압력에 굴복해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전쟁에 대한 불평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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